이비인후과
코 고는 사람, 심혈관 질환 발병 높다
입력 2008/03/21 09:32
단순코골이는 10% 정도 ...
수면호흡장애로 사망할 수도
사람의 일생 중 수면으로 보내는 시간은 대략 30%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수면과학이란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듯, 수면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단순코골이인가,복합코골이인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누워서 수면을 취한다. 중력을 제대로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수면 자세인 셈이다. 폐가 뒤로 밀려나면서 산소 공급도 낮아지게 된다. 낮 시간을 100이라 할 때, 밤에는 산소공급 수치가 대략 90~95 선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른바 산소저하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 이는 대다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산소수치가 70~80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쉽게 '코골이 환자'로 분류할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순 코골이 환자는 전체 코골이 환자 중 10% 남짓 된다. 이들은 목젖 수술로 쉽게 치유된다. 주위에서 흔히 '코골이 때문에 수술 받았다'는 사람들도 이 같은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들 외에 대다수 '코골이 환자'들은 '복합적 원인'에 의해 코를 골게 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산소저하증상은 물론, 뇌와 심장에 부담을 주어 뇌파가 불안정해지고 '수면호흡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심혈관 장애'를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코를 고는 소리가 크다고 하여 무조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코 고는 소리가 큰 사람도 단순 코골이로 분류할 수 있고, 소리가 작아도 산소저하증상이 심각하면 심혈관 장애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쌍꺼풀 수술이라고도 불리는 '코골이 수술'은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사람들에게 포용되는 단어는 아닌 듯 하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수면클리닉 한진규 원장은 "복합적 원인을 가진 코골이 환자를 단순 코골이로 진단할 경우, 암환자에게 진통제만 지속적으로 투여하고 MRI 촬영 없이 디스크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한 원장은 또 "코골이의 최적 치료 시기는 10세 전후"라고 전제한 뒤, "비정상적인 성장 징후가 발견됐을 때, 혀의 위치와 크기 등을 측정해 입을 벌리지 않고 잠을 자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이 성장하기 전에 '입'이 아닌 '코'로 호흡하며 수면을 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코골이를 사전 예방했을 경우 얼굴 모양과 사이즈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입을 벌리고 잘 경우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얼굴 변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윤곽을 잡아줘야 한다는 논리다.
■코골이가 심혈관 질환 초래
약 6천여 개의 수면센터를 가진 미국과는 달리, 아직 한국에는 이러한 수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코 고는 것을 심각히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히 목젖을 돌돌말아 잘라내는 것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한 원장에 따르면, 어떤 이는 심각한 코골이 증상을 갖고 있었는데, 그의 신체는 그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여 치료를 시작했을 때 오히려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즉 수면호흡장애 환자에게 수면 중 '산소'를 투여하니까 오히려 심장 박동이 불안정해 지더라는 것이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나 호흡 장애로 뇌가 자주 깨면서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우울증세를 보이는 '상기도저항증후군'도 모두 잠을 제대로 못자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수면과 심혈관 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적의 수면시간은 7시간이다. 이보다 1시간 줄어들면 다음 날 능률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한 원장은 "손쉽게 수면 관리를 하고 싶다면 '체중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양압기나 옆으로 자는 사람들을 위한 자세교정기 등 좋은 제품도 많으므로 자신이 코를 곤다면 최적의 수면을 위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움말=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
/ 원창연 헬스조선 PD (cyw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