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갑상선암도 암… 생존율 높다고 과신 말아야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전이 위험 큰 '미분화 갑상선암' 증가
남성환자 늘어나고 사망률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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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비교적 조기암 상태로 발견되는데다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느려 치료효과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1기 갑상선암의 10년 생존율은 98.3%에 달하며, 말기로 분류되는 3기에 수술해도 10년 생존율이 70%나 된다. 다른 암은 5년 생존율을 따지는데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 10년 생존율을 따진다. "앞으로 20년 생존율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갑상선암 전문의들도 있다. 사람들 머리 속에 있는 갑상선암은 그만큼 만만한 암이다.

그러나 방심해선 안 된다. 다른 곳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고, 생존율이 50%도 안 되는 '미분화 갑상선암'이 점점 증가 추세다. 또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남성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비록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수술 부작용으로 성대마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환자로선 큰 부담이다. '죽지 않는 암'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선 곤란하다. 아무리 생존율이 높아도 암은 암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걸리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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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은 여자만 걸리는 암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남자에게도 발병하며, 그 경우엔 사망률도 훨씬 높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 교수는 "갑상선암 환자의 80% 이상이 여성이지만, 5~10년 전과 비교할 때 남성 갑상선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은 여성 갑상선 암보다 수술 후 예후도 나쁘고 사망률도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남성 갑상선암 환자의 사망률은 여성보다 6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학 교과서에는 남성의 갑상선암 자체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암 크기가 4㎝ 이상인 경우, 암 모양과 성질이 나쁜 경우(미분화암, 수질암), 남성에게 생긴 경우가 전체 갑상선암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고위험군 20년 사망률이 48%나 된다고 적혀 있다. 반대로 여성 갑상선암은 그 자체가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여성 갑상선암, 암 모양과 성질이 좋은 경우(유두암, 여포암), 암 크기가 2㎝ 이하인 경우가 저위험군이다. 저위험군은 전체 갑상선암의 약 85%를 차지하며, 20년 사망률은 2~5%다.


■췌장암보다 더 무서운 미분화암

갑상선암은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으로 나뉜다. 이중 유두암이 80~90%, 여포암이 5~10%다. 유두암과 여포암은 '분화암'으로도 부르는데 이 암은 대부분 수술로 완치 가능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평생 큰 문제없이 살 수 있다.

반면 미분화암은 발생 빈도는 1%(외국 3~5%) 안팎이나 일단 확진(確診)되면 곧바로 말기(4기)로 간주할 정도로 정말 대책이 없다. 양쪽 갑상선을 침범한 뒤 주위 조직까지 전이돼 목이 갑자기 커지고 호흡곤란, 목소리 변화 증세를 보인 후 질식으로 사망하는데, 평균 생존기간이 3~6개월 밖에 안 된다. 빈도가 아주 낮다지만 갑상선암 환자 자체가 매년 급증 추세여서 1년에 수백 명은 미분화암에 걸려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정재훈 교수는 "갑상선암은 3~4기라도 미분화암만 아니라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분화암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췌장암보다 더 무섭고, 생존율은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수술 후 성대마비 올 수 있다

갑상선암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의사들은 다른 수술보다 더 예민한 미세수술로 본다. 수술 합병증으로 후두신경의 손상이나 부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1~1.5%는 성대마비 등이 생겨 살아가는데 평생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새끼 손가락 손톱 절반 크기의 성대 신경을 잘못 건드렸을 땐 쉰 목소리와 함께 사래 들림,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는데 보통 6개월 안에 회복되지만, 회복되지 않는 환자는 성대마비로 인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갑상선암 수술 환자의 13~30%가 수술 후 이런 증상을 경험하고, 성대를 움직이는 후두신경 손상은 1000명 중 5명 꼴로 생긴다.

암세포와 림프절을 동시에 절개하는 수술 과정에서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저칼슘 혈증)'이 생길 수도 있는데 손발 저림, 감각 이상, 경련, 수전증 등의 증상이 생긴다. 만약 영구 손상되면 평생 칼슘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사람은 또 대부분 평생 동안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갑상선암은 갑상선자극호르몬(TSH)에 의해 성장을 촉진하므로,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 TSH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갑상선암, 다른 암의 신호탄?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은 다른 암에 걸릴 확률도 높다. 영국 웨스턴종합병원 마크 스트라찬 박사는 유럽,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13개국 갑상선암 환자 3만9002명을 25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은 치료 후에도 다른 암에 걸릴 위험이 약 3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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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조기 검진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 헬스조선 DB

즉, 갑상선암이 회복된 뒤 1년 안에 피부암, 전립선암, 신장암, 부신암, 비호지킨 임파선암 등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많았고, 1년 이상 경과한 뒤엔 소장·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등에 잘 걸렸다. 이와 반대로 다른 암을 일으킨 후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도 1990명이었다.

스트라찬 박사는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는 역할을 하므로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면 그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다른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의사들은 갑상선암 환자가 다른 암에 걸리는지, 또는 다른 암 환자가 갑상선암에 걸리는지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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