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男 발병률·女 사망률 1위로 세계 꼴찌 수준

헬스조선은 대한암협회(회장 안윤옥)와 함께 '10대 암 완전정복'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헬스조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06년 해당 암 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전국 20개 병원의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In-depth interview)'를 실시해 해당 암의 최신 진단·수술법과 예방법을 집중 조명한다.

위암 발병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은 물론 국민소득이나 보건·위생 지수가 훨씬 열악한 나라들보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병률은 더 높다.

전체 암 중 위암의 발병률은 남성은 1위(24%), 여성은 2위(15.3%)다. 매년 위암으로 진단 받는 사람이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남성 4만1375명, 여성 2만4104명 등 총 6만5839명. 이중 위암 사망자는 남성 7183명(남성 암 사망자의 17.4%), 여성은 3807명(여성 암 사망자의 15.8%)이다. 남성의 위암 사망자 비율은 폐암, 간암에 이어 3위, 여성의 위암 사망자는 전체 암 사망자 중에서 1위였다. 그나마 위암은 조기발견이 많아 사망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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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일부 암 전문가들은 "위암은 10~20년 뒤에 발병률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선진국의 전례 때문이다. 위암은 과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무척 높은 발병률을 보였으나, 소득증가와 보건·위생 상태 개선 등에 따라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점점 늘면서 선진국의 경로를 따라 위암 발병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였다. 하지만 위암은 여전히 발생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위암이 왜 줄지 않는지에 대해 전문가들도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본도 위암 발병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미뤄, 식습관 등 환경 요인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헬스조선의 전국 20개 병원의 위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은 위암 발병 원인 1위(복수응답)로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90%)'과 '높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률(90%)'을 들었다. 이어 '탄 음식이나 염장 식품의 과도한 섭취(70%)' '폭음·폭식·흡연(50%)' 등이 꼽혔다. '과도한 스트레스(25%)'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15%)' 등의 응답도 있었다. 생활습관, 특히 잘못된 식습관이 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란 의견이었다.

이는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의 연구에서도 입증돼 있다. 안 교수는 서울과 미국 LA의 한국인, 일본 미야기현의 일본인, 미국 LA의 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인구 10만 명 당 위암 발생률은 서울 한국인(68명), LA한국인(43.4명), 미야기현 일본인(69명), LA백인(7.3명) 등이었다. 4지역 연구결과 위암의 주요 위험 인자는 비슷했다. 위암 위험 인자에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노출됐는가 하는 것이 위암 발생의 가장 큰 변수였다.

연구결과를 보면 담배를 피우고 가족력이 있으면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았다. 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자는 비 감염자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1.7배 높았다. 반면 냉장고 사용 기간이 길수록 위암 위험도가 낮았다. 음식 중에서는 '과도한 소금 섭취'가 문제가 됐으며, 조리법으로는 '육류나 생선을 불에 굽는 것'이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소금에 절인 음식 섭취를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 섭취, 적절한 운동 등으로 위암을 예방하는 한편,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