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극복하고 사회복지사 된 윤근이씨
중학생 때부터 술 마시고 술로 해장
손 떨렸지만 중독이라고 생각 안해
죽음의 문턱 경험 후 스스로 입원
충북 충주 정암사회복지재단 ‘다솜’에서 ‘단주(斷酒)전도사’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 윤근이(49)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선배들에게 이끌려 처음 술을 입에 댔다. 홀어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란 그에게 술은 또 다른 세계이자 도피처였다.
매일 꼭지가 비틀어지도록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아침부터 ‘해장’을 핑계 삼아 또 마셨다. 술에 취해 가족과 학교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돌아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손이 심하게 떨렸지만 ‘술을 조금 좋아할 뿐 중독은 아니다’고 생각했다. 형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58일간 입원생활을 했다.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까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를 유일하게 ‘사람’으로 대하던 어머니가 2000년 사망했다. 윤 씨도 알코올성 간경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위장 출혈이 심해 혈소판 수치가 1만3000~1만4000개/L (정상 15만~45만개/L)로 떨어져 지혈이 안됐다. 막상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자 생전에 불효했던 아들이 어머니가 그토록 원했던 술 안 먹는 아들이 되어 저 세상에서 어머니를 뵙고 싶었다. 혼몽한 가운데 그는 “반드시 술을 끊을 테니 살려 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윤 씨는 퇴원하자마자 술을 끊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신과에 찾아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기도원에도 두 번이나 다녀온 뒤 2001년부터 술을 끊었다. 그는 “당시 건양의대 정신과 이종섭 과장(현 다사랑병원 원장)에게 ‘가톨릭 신자가 돼서 2년 후엔 단주전도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 과장님도 내게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며 “내 인생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과거의 못된 짓들을 사죄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2003년 동아인재대 야간대학 선교복지학부에 입학했고, 2005년 졸업 후 알코올 중독자와 정신질환자, 노숙자 등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됐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장 주(週) 14잔 이하로 술을 줄여야 하며, 손 떨림이나 피해의식 같은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알코올 중독 사실을 인정하고 즉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성인 남성의 약 30%에 달하는 경증 알코올 중독자들이 자신의 중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