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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DB

임상시험이 급증하고 있다. 식약청 집계를 보면 지난 2002년, 전체 임상시험 건수는 55건에 불과했지만 2003년 143건, 2005년 185건, 2006년 218건으로 5년 새 4배 정도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임상시험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과, 각 병원들의 경쟁적인 임상 유치 경쟁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선진국 수준의 임상시험 제도를 도입했고 임상시험 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람들도 외국 신약을 더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임상시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선 한국 사람의 특성에 맞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피험자 입장에서는 신약을 가장 먼저 무료로 접할 수 있다. 덤으로 정밀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공고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다. 임상시험에 관한 궁금증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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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루타'가 되는 것은 아닌가요?

A: 임상시험은 약을 투여한 뒤 사람의 피를 뽑아 약의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한다. 하지만 동물실험과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전한 약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 위험은 적다. 또 정밀 건강검진을 통해 피험자를 선정하고 있어, 약물 부작용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자발적인 참여가 원칙이며, 시험 기간 중이라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Q: 임상시험 종류는?

A: 대부분의 의약품은 3단계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1상 임상은‘임상약리’단계로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80명 이내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사람이 약을 먹었을 때 안전한지에 대한 측면이 강조되는 시험이다. 2상 임상은‘임상연구’단계로 약의 효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적정 용량의 범위와 용법을 평가하게 된다. 마지막 3상 임상은 국내에서 가장 흔히 진행하는 과정으로 약효와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약이 대상이다.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통계를 검증한다. 대부분 제약사들이 의뢰하면 병원이 임상을 진행한다. 이 밖에‘연구자 임상’은 항암제,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직접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신약뿐만 아니라 기존 약의 효능·효과를 확대하는 목적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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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임상시험이 늘어나면 무엇이 좋은가요?

A: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응급임상’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준다. 안전성이나 효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는 환자에겐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효과 있는 약을 더 빨리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허가를 빨리 얻어내 소비자에게 약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다국가(多國家) 임상시험은 외국 자본을 끌어오는 것과 동시에 외국의 신약개발 노하우를 배우는 계기가 된다.




Q: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A: 약을 다루는 시험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약물 종류에 따라 위험도도 다르다. 외국에서는 임상시험 도중 큰 부작용이 생겨 논란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3상 임상시험’이 대부분이어서 부작용 사례가 거의 없다. 심각한 부작용은‘1·2상 임상시험’에서 많이 생기는데, 1·2상 임상시험은 국내 전체 임상시험의 10~20%에 불과하다. 만약 임상시험에서 부작이 생긴다면 병원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임상시험 피험자 동의서에“부작용이 생길 때 병원에서 모든 치료를 한다”는 규정을 삽입하고 있다. 시험의 성격과 개인의 건강상태를 잘 확인한 이후에 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참여할 수 있는 선정기준이 있나요?

A: 약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전문 치료제인 경우는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의사가 자기 환자 중 조건에 맞는 대상을 선정하거나 임상시험 공고를 내서 해당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한다. 가짜 약을 먹었을 때와 약효를 비교하기 위해 신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피험자’도 뽑는다. 피험자는 만 19세 이상을 신체 건강한 자, 비만도(몸무게÷{(키-100)*0.9})가 80~120 이내인 사람, 과거 소화기계·심혈관계·중추신경계 등 병력이 없는 자, 신체검사 전 10일 이내에 다른 약물 복용하지 않은 사람이면 가능하다. 주부, 노인 등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Q: 얼마나 자주 참가할 수 있나요?

A: 3개월에 한 번 이상은 안 된다. 3개월 이전에 다른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사람은 피험자의 건강을 위해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피를 뽑는 시험인 만큼 3개월 이내 헌혈한 사람이나 임산부도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없다.

Q: 임상시험 정보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A: 일간지 등 신문광고, 각 병원 게시판, 임상시험센터 홈페이지 공고 등을 활용하면 된다. 최근에는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환우회 커뮤니티를 통한 피험자 모집이 활발하다.‘ 연구자 임상’의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권유할 때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임상정보방(ezdrug.kfda.go.kr)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시험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약의 효능·효과를 과대 광고하거나 약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광고는 불법이다. 병원에서 광고물 종류와 기재 내용에 대한 별도 심사를 통과한 것만 공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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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임상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건강검진 후 적합한 피험자가 결정되면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① 피험자 동의서 작성-임상 목적, 임상시험 의약품, 피험자 준수사항, 위험성, 보상금, 부작용 발생시 조치,비밀 보장 등 포함 (병원-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윤리적 측면 평가)
② 임상 대상 약/가짜 약 투여군 선정
③ 해당 약 투여
④ 약 먹은 후 1·2·3·6·12·24시간마다 채혈(採血)
⑤ 향후 부작용, 약물 이상반응 보고방법 등 교육
⑥ 임상시험 사례비 지급(1박2일에 30만~40만원)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도움말=민경업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홍성화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