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오톨도톨 닭살, 팔뚝에 늘 달고 사신다구요?
입력 2007/01/12 17:39
대학생 한모씨(19·여)는 양쪽 팔뚝에 여드름처럼 돋아난 ‘닭살’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 소매 옷을 입고 산다. 미관상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남들에게 지저분한 이미지로 비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건조한 겨울날씨에 피부를 긁게 되면 증상은 더 악화되기 일쑤. 자꾸 신경이 쓰여서 시간이 날 때마다 손톱으로 뜯다 보니 빨갛게 부어오르고 염증까지 생겨 결국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춥거나 무섭거나 징그러울 때 살갗에 좁쌀처럼 오톨도톨하게 돋아나는 ‘닭살’. ‘소름’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피부 속 잔털 주변의 근육이 수축하여 일시적으로 생긴다. 하지만 추우나 더우나 항상 닭살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모공각화증’이라는 피부질환을 가진 경우이다.
흔히 ‘뱀살’이라 불리는 ‘어린선’처럼, 타고난 피부모양을 일컫는 별명으로 ‘닭살’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모공각화증을 두고 흔히 ‘여드름’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여드름의 경우 모공에 지방이 쌓이는 반면 모공각화증은 모공에 각질이 쌓여서 발생한다. 주로 팔, 허벅지, 어깨의 바깥쪽에 많이 생기는데, 심하면 엉덩이나 팔꿈치 아래에도 생긴다.
보통 10명당 4명 꼴로 나타나는 흔한 증상으로 특히 피부가 건조하거나 아토피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습도가 높을 경우 좋아지고 건조한 겨울에는 더욱 악화된다. 실내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건조증이 일어난 상태에서 허벅지나 팔에 가려움증을 느껴 심하게 긁으면 모공이 도드라지고 거칠어져 닭살이 심해질 수 있다.
닭살 피부는 대개 2세 전후에 처음 생기고 20세 정도까지 심해지다가 성인이 되면 점차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주로 10대와 20대에 발생하며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때가 많으므로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미용상 신경이 쓰여 자꾸 만지다보면 끝이 노랗게 곪아서 빨간 딱지가 생기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목욕을 하면서 때를 세게 밀면 돌기 부분이 벗겨져 피부가 손상되고 검게 변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때수건 대신 각질제거제를 발라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도움이 된다.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겨울철 뜨거운 물로 자주 샤워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직까지 모공각화증에 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원장은 “흔한 피부질환이지만 치료가 상당히 애매하고 어렵다”며 “비타민A크림이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적당한 농도로 섞어서 발라주면 일시적으로 부드러워질 수는 있지만 바르지 않게 되면 다시 원래상태로 되돌아오며, 레이저 치료 또한 금방 다시 재발된다”고 말했다.
다만, 심한 닭살이 아니라면 평소 각질제거나 피부 보습 등에 조금만 신경을 써도 증상이 호전된다. 로션이나 크림을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이 발라주고, 바셀린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털옷이나 깔깔한 내의보다는 부드러운 면내의를 입어야 하며, 옷은 되도록 약간 느슨하게 입는 것이 좋다.
닭살이 너무 심해 콤플렉스가 될 정도라면 5% 살리실산 연고나 각질연화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각질 제거를 한 후 약을 바르면 좀더 효과적이다. 환부 주위에 통증·발적이 나타나거나 붓고, 누르면 아프고, 38.3도 이상의 열이 나는 등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