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한방 체질의학, 과학으로 거듭나다

음성분석·분자생물학 동원해 체질 판단·처방

"한국 전통의학 원더풀" 미국서도 인기

곧 자신의 체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냥 마이크에다 대고 “우리는 높은 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왔습니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오는 7월쯤이면 사상체질 음성분석기(PSSCC)가 한의원에 보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상체질의학회 김달래(상지대 한방병원장) 회장은 “8년여의 연구 끝에 정확도(경력이 20년 이상된 사상체질의학 전문 한의사들의 판정과의 일치도)가 80%에 이르는 음성분석기를 개발, 지난 2월 사상체질의학회 이사회의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지금 흔히 사용하는 체질감별 설문지(QSCC) 조사법의 정확도는 61.3%에 불과하다.

원리는 사람은 체질에 따라 오장육부의 크기가 달라서 이들 장기(臟器)를 울려서 내는 소리의 주파수와 진폭, 배음구조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20초 만에 쉽고 비교적 정확하게 체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달래 원장은 “태음인의 음성은 강하면서도 탁하고 소음인의 음성은 낮으면서도 약하며 소양인의 음성은 맑으면서도 강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이라는 문장을 말하게 하는 이유는 이 문장 속에 한글 모음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방 처방은 "천연 맞춤약"

막연한 경향성 정도로 인식되던 한방 체질의학이 빠르게 과학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체질의학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직관과 어림짐작 정도로만 알려졌던 체질의학이 의외로 과학적이라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 치료와 건강관리에 체질의학을 합리적으로 응용하려는 움직임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체질의학의 대표격인 사상의학에서는 외모, 심성(心性), 병증(病症) 등을 주요한 지표로 삼아 사람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 4가지로 분류한다. 사상의학의 창안자인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에서 1만명 중 태음인은 약 5000명, 소양인은 약 3000명, 소음인은 약 2000명, 태양인은 3~4명 또는 10여명 정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체질의학과 관련, 최근 분자생물학이 주목받고 있다. 원광대 한방병원 김경요 원장은 “자신을 타인과 구분하는 체질은 유전자 특성의 차이에서 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이를 규명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심장병ㆍ고혈압에 관여하는 ACE 유전자는 체질에 따라 발현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지방 축적ㆍ열대사에 관계하는 VCP-1 유전자와 체질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

개체의 차이보다 획일성을 중시하던 서양의학이 유전자 특성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체질의학의 합리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최근 서양의학에서는 개인의 유전자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약, 소위 맞춤약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어떤 질환에 획일적으로 동일한 약을 사용할 경우,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의사 처방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아도 심각한 약물 부작용이 매년 220만건이나 발생하며 이 중 10만여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전체 처방의약품 비용과 맞먹는 연간 9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에 맞는 맞춤약을 처방하려는 노력이 제약회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는 한방에서도 마찬가지. 김경요 원장은 “사상체질의학에 따라 약재를 처방할 경우 1재의 무게가 1㎏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체질의학의 개념 없이 획일적으로 처방하는 중국의 경우 1재의 무게가 3.5㎏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체질의학에 따른 한약 처방은 이미 맞춤약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인은 소양인이 가장 많아

이런 움직임들은 서양에서도 체질의학 혹은 체질의학의 정신을 수용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사상체질의학회 LA지부를 중심으로 체질의학이 미국에도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현재 한국서 건너간 한의사, 체질의학을 배운 현지 한의사 등 70~80명이 체질의학을 시술하고 있다. 사상체질의학회도 정기적으로 미주 지역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체질의학 전파에 나섰다.

김달래 원장은 1999~2000년 LA 소재 중서한의대 교환교수로 진료ㆍ교육하면서 백인ㆍ흑인에게도 사상체질이 적용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당시 서양인 학생들이 체질의학의 오묘한 이치와 효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예를 들면 소양인의 특성 때문에 심리 상담 중 쉽게 피로감을 느끼던 심리상담사 코트니는 체질치료로 이를 극복, 감사의 선물을 보내왔다. 베벌리힐스에 사는 한 소음인 여성 환자는 산후풍(産後風)으로 고통받다가 소음인 거풍산 투여 후 증상이 급격히 좋아져 나중에는 한국음식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방병원 고병희 교수팀이 1999년 약 8개월간 미국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 대학에서 이 대학 클리닉을 찾은 교직원ㆍ학생 360여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인 특히 백인은 소양인의 비율이 높았다. 소양인이 36.4%로 가장 많았고 태양인(일부 미분류 포함) 29.5%, 태음인 14%, 소음인 20%의 분포를 보였다. 고 교수는 “음인의 분포가 많은 한국ㆍ중국 등 동양인과 달리 미국인은 양인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뇌졸중, 태음인에 많아

그러면 체질의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효과적일까. 경희대 한방병원 송일병 교수는 “사상체질의학은 체질의 취약점을 보강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인 만큼 모든 질병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특히 중풍, 성인병, 알레르기 질환, 난치성 질환 등에서 좋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치료법은 개인의 체질에 맞는 복약(服藥)과 섭생이다.

중풍(뇌졸중)의 경우, 체질의학적으로 보면 선천적으로 심장과 간에 열이 많고 폐가 약한 태음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소양인은 성격이 급하고 열이 많아 감정 등을 조절하지 못할 때 발병한다. 소음인은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낮다고 할 수 있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물론 중풍이 발생했을 때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지만 평상시 예방을 위해서도 체질에 따른 섭생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혹은 수술 후 체질의학적 치료가 양방의 치료효과를 배가시킨다고 한다.

비만은 체질의학을 적용하면 식사량을 줄이지 않아도 체중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지대 한방병원이 비만환자 465명에게 식사량을 전혀 제한하지 않고 체질침과 한약, 체질별로 적합한 음식 섭취 등의 방법을 시행한 결과 4주 평균 2.3㎏의 감량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식사량 제한과 운동을 병행하면 더 우수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토피 피부염도 체질에 따라 치료법이 크게 달라진다. 소음인은 체력저하가 피부병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소화기를 원활히 해 적절한 음식 섭취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양인은 화열(火熱)에 의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차가운 성질의 약재를 직접 피부에 바르거나 이뇨작용이 큰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태음인은 땀이 많아 증상 호전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부를 건조하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전문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 청뇌한방병원 이용원 원장은 “체질의학에 따라 치료할 경우, 대개 5~6개월 치료로 증상의 80% 정도가 소실된다. 이 정도면 별다른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환자 체질에 따라 치료방법을 철저히 달리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성장장애의 경우, 체질에 따라 발병 원인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소음인은 영양섭취 장애가 많고 소양인은 신허(腎虛)ㆍ음허(陰虛)한 경우가 많다. 태음인은 간에 열이 많고 비만해 성장을 방해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법도 이들 체질에 따른 한약 처방과 체질에 맞는 섭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상(心象)의학으로 활용 노력도

체질의학을 인체 치료의학에 국한시키지 않고 심상(心象)의학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박성식 교수는 “체질은 인체 오장육부뿐 아니라 성격ㆍ기질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정신의학ㆍ심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체질의학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 예로 화병은 상대적으로 소양인에게 가장 많은데 이는 타고난 성정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화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체질의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경기도 일산시 주엽동 신홍일한의원의 신 원장은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필요하지만 체질에 따른 불완전한 성정을 다스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조절해 기운을 다스림으로써 질병을 막을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략하게 언급하면 기운이 쉽게 상승하는 태양인은 지나치게 화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감정이 예민하고 열이 쉽게 생기는 소양인은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기운이 쉽게 속으로 가라앉는 태음인은 지나치게 즐거워 하는 것을 조심하고 평소 진취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소음인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매사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 섭취와 관련, 김달래 원장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체질별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필요가 없지만 몸이 약한 사람, 선천적으로 기운이 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간조선 1801호 게재

사·상·체·질 주요 특징

태·양·인

-어깨·머리 등 몸의 윗부분이 발달하고 허리가 가늘다.

-건장하고 강한 인상

-사교력ㆍ추진력이 강하다.

-폐 기능 활발하고 간 기능 약하다.

소·양·인

-가슴·어깨 등 상체가 발달했지만 엉덩이가 작다.

-걸음걸이 빠르고 민첩ㆍ용감하다.

-창의력 뛰어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소화기능 좋지만 신장 약하고 배설능력 떨어진다.

태·음·인

-뚱뚱하고 건강한 사람이 많다.

-이목구비 선명하고 위엄있는 인상

-신중하고 성취력·끈기 있다.

-간 기능 왕성하나 폐 기능 약하다.

소·음·인

-대체로 키가 작고 가슴이 좁다.

-이목구비 오밀조밀하고 야무진 인상

-치밀하고 사교적이나 적극성·활동성 떨어진다.

-신장 기능 강하나 소화 기능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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