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여러 징후 보인후에 폭발하는법
수천만 죽인 ‘1917년 유럽독감’ 곧 출현
송재훈=시리즈가 나가면서 “(사스로) 몇 백명 죽었다고 웬 호들갑이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스는 조만간 닥칠 엄청난 재앙의 예고편입니다. 1500만~4000만명이 사망한 1917년 스페인 독감 같은 재앙이 조만간 닥치게 됩니다. 항생제 내성의 재앙도 단순한 엄포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면 결과적으로 엄포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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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훈=1999년 미국 뉴욕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가 이 병의 정체를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는 불과 열흘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까마귀가 죽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즉각 정부에 신고하고, CDC 요원이 출동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낸 것이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1984년 발생한 렙토스피라증을 밝혀내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스템으론 신종 전염병의 재앙에 대처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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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시스템을 갖추라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게 일선 의사의 협조 시스템입니다. 전염병과의 전쟁은 아웃브레이크 초동단계서 신속히 대처해야 하므로 의사의 신속한 보고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미국에서 의사의 시간은 곧 돈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이상한 병이 생기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건당국에 제출합니다. 의과대학에서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죠.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전염병 감시·보고체계를 정비하고 의사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그렇게 신속히 돌아가고 있진 않습니다. 의과대학에서부터 이 점을 집중 교육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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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주=지구적 차원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저개발국에 대한 지원도 절실합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전염병을 방치하다간 그것이 부메랑이 돼서 서구사회를 공격합니다. 이들이 위생수준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시리즈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생물테러의 재앙도 대비해야 합니다. 2000년 6월 미국에선 생물테러로 오클라호마주서 천연두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가정하는 ‘어두운 겨울(Dark Winter)’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는데, 3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해 1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종구=생물테러는 테러 자체보다 사회경제적 공황과 패닉현상이 더 무섭습니다. 누군가 “생물테러 하겠다”는 말만 해도 그 나라의 무역과 교류가 전면 중단됩니다. 따라서 평소 생물 테러에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송재훈=선진국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둡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후진국형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더 많은 힘과 예산을 실어줘야 합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