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야근, 유방암 60% 더 위험·결장암 등도 증가 <br>
나이 들수록 적응력 하락 … 40대 이상 야근 삼가야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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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서구화되면서 교대근무와 야근을 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 무역회사 중견간부 K씨(41)는 입사 이후 10여년간 매주 한 번꼴로 다음날 새벽 5~6시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 그 탓인지 한때 불면증으로 고생했으며 현재 만성 피로와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 간호사, 제조업 근로자, 항공사 승무원, 경찰, 경비업체 근로자들이 만성적으로 겪는 증상이다.
최근 야근을 자주하면 각종 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외신이 TV 등을 통해 보도됐다.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야근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야근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도언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내과 신철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면역력 저하되고 사고 위험 증가 =교대근무자들은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만성적으로 피로가 누적되며, 면역력과 관계있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린다. 또 우울증, 위장질환, 고혈압, 심근경색, 기억력 감퇴, 월경불순, 성기능 감퇴 등도 야근자에게 흔하다. 이를 ‘교대근무 수면장애’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집중력 저하로 인한 각종 사고 위험의 증가다. 호주 수면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17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운전을 하면 혈중 알콜 농도 0.05(면허정지 기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운전을 하면 혈중 알콜 농도 0.1(면허취소 기준)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야간 근무자들의 60~70%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로 누출사고 등 수많은 대형참사가 교대근무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관계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방암, 결장·직장암 발병 증가 =덴마크 코펜하겐 암 연구소가 유방암 환자 7000여명의 전력(前歷)과 생활습관을 1964년까지 소급해 추적한 결과를 2002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교대근무 기간이 6개월을 넘어서면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평균적으로 5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앞서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야근을 한 기간이 3년 미만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40%, 3년 이상인 여성은 60%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가 간호사 7만858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세 번 이상씩 15년간 야간 근무를 한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간호사에 비해 결장·직장암 발병률도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야근을 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고, 대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유방암 등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대부분 여성들을 상대로 확인됐으나 남성들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 아침 퇴근 땐 이렇게=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밝은 빛을 피하는 게 좋다. 귀가해서도 커튼을 치고 소음을 차단해 밤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 도움이 된다.
또 퇴근 즉시 잠을 자지 말고 출근 직전인 오후에 잠을 자는 게 좋다. 밤에 출근한 뒤엔 조명을 최대한 밝게 해 낮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야근에 적응하게 된다. 교대근무자들은 커피나 술, 담배를 삼가야 한다.
교대근무에 빨리 적응이 되지 않을 때는 멜라토닌 호르몬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쉽게 잠이들 뿐 아니라 생체시계 자체가 재조정되므로 야간 교대근무를 시작한 뒤 2~3일 아침에 복용하면 된다. 일반의약품인 멜라토닌은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교대근무로 인한 각종 증상은 주·야간 근무의 교체 기간이 짧을수록 심해진다.
따라서 주·야간 근무는 최소 3주 이상 간격으로 교체되는 게 적당하며, 교체 전 2~3일의 적응기간을 갖는 게 좋다고 수면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불규칙적인 밤샘근무는 교대근무 교체 기간이 매우 짧은 것과 같으므로 일반적인 교대근무보다 훨씬 건강에 해롭다. 야근과 교대근무에 대한 적응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 따라서 수면의학자들은 40대 이상에겐 야근이나 교대 근무를 가급적 삼가라고 충고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