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01

일산에 거주하는 이모씨(72·남)는 3년 전 가족들의 권유로 보청기를 귀 양쪽에 착용했으나 불만이었다. 조용한 실내에서 단둘이 대화할 때는 약간의 도움을 받았을 뿐 주변이 시끄럽고 여러 사람과 대화 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크고 혼란스러워 보청기 착용을 포기하고 지내다가 필자를 찾아왔다. 

청력검사를 해보니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인 일반적인 중등도의 노인성난청의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뇌의 청각을 반영하는 소음 아래서의 문장이해도 검사에서 고도의 노인성난청에 해당되는 낮은 성적을 보였다. 또 큰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높고 울리는 소리에 대한 예민도가 심해서 보청기의 증폭 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검사결과에 따라 보청기의 기종 선택과 조절의 방식 및 적응 요령에 대한 교육과 대화 전략에 대한 교육 계획을 처방했다.
 
노인성난청으로 보청기를 껴도 많은 경우에서 기대 이하의 보청기의 효과로 실망한다. 그 이유를 알고 적합한 보청기 처방을 통해 보청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성난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야 한다.

노인성난청을 야기하는 퇴행성변화는 귀, 그중에서도 내이의 감각기관인 달팽이관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언어중추와 그 주변 다양한 부위에서도 생겨 발현되는 증상이다. 즉 일차적으로 직접적인 귀의 달팽이관에 생기는 퇴행성변화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할뿐만 아니라 이차적으로 간접적인 뇌의 언어중추에 생기는 퇴행성변화로 소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는 뇌로 전달된 다양한 소리들을 구분해서 듣지를 못하게 된다. 같은 정도의 난청인 사람이라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주변이 시끄러울 때 더 못 듣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인성난청인 경우 보청기를 껴서 달팽이관의 퇴행성변화를 교정해도 주변이 시끄러울 때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가 이러한 뇌기능의 장애로 설명된다. 

이러한 청각 관련 뇌기능장애는 귀의 달팽이관에서 생기는 퇴행성변화로 인한 난청을 조기에 교정함으로써 진행을 막을 수가 있다. 주변 지인들의  보청기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만을 고려하여 이렇게 소중한 조기 노인성난청의 교정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같은 정도의 노인성난청이라도 개인별 뇌의 청각기능이 다르고 그 밖의 소리에 대한 민감도를 반영한 난청의 특성이 다 달라서 개개인에 맞는 보청기처방이 필요하고 조절과 관리 또한 개인별로 맞춤식의 관리가 필요할진데 일률적인 보청기의 처방과 그 효과에 대한 섣부른 판단 및 부정적인 경험담으로 인해 야기되는 현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또 조기 노인성난청의 방치로 동반되는 청각관련 뇌기능장애는 더 나아가 인지기능의 장애, 우울증이나 치매와  연관성을 보고하는 여러 논문들도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한다.

보청기를 이용한 노인성난청에 대한 올바른 교정을 위해서는 귀의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크기만을 반영한 단순한 청력검사만으로는 부족하고 내이(달팽이관)의 감지기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뇌의 청각기능을 반영하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보청기 처방과 조절, 더 나아가서 보청기 착용 후 훈련재활이 이뤄져야 한다.

실례로 보청기를 착용 후 소리는 크게 들리나 무슨 소린지 여전히 분간이 어렵거나, 말소리를 인지하는 모음은 들을 수 있으나 무슨 말인지를 알게 하는 자음을 들을 수 없다면 달팽이관의 퇴행의 정도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시끄러운 곳에서 여럿이 대화를 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반드시 뇌의 청각기능의 장애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들이 필요하며 그 결과들에 따라 보청기의 기술적인 사향 처방과 착용 후 개인별 난청의 특성에 맞는 조절 및 청각훈련과정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워서 교정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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