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07
달걀은 고단백 저칼로리의 거의 완벽한 영양덩어리이다. 지금은 식료품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비교적 값이 싼 음식이지만, 70년 대 초반까지도 시골에서 선생님께 보내는 귀한 선물이었고 집에 오는 손님이 들고 오는 귀한 음식이었다. 현재 40대 이상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학교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따끈한 삶은 계란이 빠지지 않고 있었고, 점심 도시락 밥 위의 계란 후라이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몸이 약했던 “내가 어릴 때 몸이 건강해진다”고 어머니께서 생계란 노른자에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 넣고 마시라고 하셔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학교에 가기 전에 마셨던 기억도 있다. 70년 대부터 대규모 양계기술과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달걀은 대중적인 영양식이 되었다. 계란찜, 계란말이 등의 별미 반찬이 흔하게 되었고, 또 새로 지은 흰밥 위에 계란 후라이, 진간장 그리고 약간의 참기름이나 버터를 넣고 비벼 먹을 때 그 고소한 맛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나니 먹거리가 풍부해졌다. 과거에 부의 상징이던 뱃살은 현재는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고, 풍부한 먹거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켰다. 불과 30년 전 내가 레지던트 때만 해도 심근경색증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질환이 매우 드물었지만, 현재는 관상동맥질환이 암과 같이 중년 이후 세대가 가장 우려하는 질병이 되었다. 고지혈증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고, 고지혈증은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고지혈증 혹은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거나, 단순히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달걀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달걀은 정말 먹으면 안되는 음식인가?
큰 달걀 한 개는 약 50 그램이다. 껍질을 제외한 달걀의 모든 것이 영양덩어리다. 달걀 한 개는 71 칼로리이고 이 중 45 칼로리는 달걀에 포함된 지방에서 얻는다. 이 달걀 한 개에 포함된 지방 45 칼로리가 달걀이 건강에 나쁘다는 근거가 된다. 달걀의 지방은 모두 노른자에 집중되어 있다. 45 칼로리는 지방 5 그램이고 이는 하루에 허용된 포화지방산 총량의 8%이다. 이 중에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은 약 210 밀리그램이다. 하루에 권장되는 콜레스테롤 300 밀리그램의 약 70 %이다. 달걀의 흰자는 수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백질이다. 약 6그램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
달걀의 단백질은 100 % 소화 흡수되어 몸 안에서 사용되는 육류에 포함된 단백질과 동등한 질 높은 단백질이다. 달걀에는 단백질과 지방뿐만 아니라 철분, 칼슘, 비타민 A와 B군 등과 셀레늄과 같은 미량 영양소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루테인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미국 영양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계란 1.3개씩 먹으면 혈액 내 루테인의 농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루테인은 시신경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서 시력 저하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영양학회에서 건강이 이상이 없는 사람은 달걀을 하루에 두 개씩 섭취해도 고지혈증의 위험이 없다고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아침식사로 계란 2개를 먹는 사람은 체중이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
콜레스테롤은 하루에 300 미리그램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권장하지만, 이는 콜레스테롤을 제외한다른 지방의 섭취가 충분한 경우에 해당한다. 만일 다른 지방의 섭취가 하루 권장량에 미치지 못할 정도라면 콜레스테롤 하루 권장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서양 식단에는 달걀을 쓰는 요리가 많다. 빵, 과자, 디저트, 소스 등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달걀 특히 달걀 노른자가 들어 있는 음식이 많으므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에서 달걀 노른자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식에는 전을 제외하고는 달걀을 사용하는 요리가 드물다. 특히 한식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의 식단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적은 편이다. 2010년 국민영양섭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노년층의 지방 섭취는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의 약 9 %로 매우 낮다. 지방은 과도하게 섭취할 때는 고지혈증의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므로 너무 적게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길게 서설을 늘어 놓았지만 결론적으로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고 값싼 달걀을 먹어야 한다. 삶아 먹든, 쪄서 먹든, 지져먹든 하루 달걀 2개는 노른자까지 모두 먹고, 가능하면 매 끼니 달걀 흰자를 2개씩 먹으면 더 좋다. 단백질 섭취가 많아야 뼈와 근육이 튼튼해지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비만과 고지혈증의 원인이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
박민선원장과 함께 알아보는 활성산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