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3
최근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잘 못된 음주문화를 연재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건전하지 않은 음주문화가 개인의 건강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왔는지를 잘 지적하였다. 필자는 전공이 간(肝) 분야라서 우리나라 중년남성의 가장 큰 건강의 적인 간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간염퇴치와 건전음주’ 두 가지의 정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홍보하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갖게 되며 이 중에 잘 못된 생활습관은 후에 병을 일으키게 되고 요즈음 이를 생활습관병이라 부른다. 흡연과 불건전한 음주습관은 스스로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나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금연운동은 국가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여 지금은 흡연인구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건전 음주문화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술 문제에 있어서 공범이기 때문에 술에 너그러운 사회 문화를 내버려두어 결국 주(酒)폭(暴) 등의 범죄키우는 사회를 방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담배에 국민 건장증진 세를 부과하여 담뱃값을 올리고 흡연자가 간접흡연자의 건강에 해를 준다는 이유로 많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못하게 하였으나 불건전 음주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술을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면 습관성 음주와 폭음을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범죄를 하게 될 위험이 생겨 음주자 자신과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가장 큰 피해는 가족들이고 주변 사람들이다. 더 불쌍한 것은 주인 잘못 만난 간이다. 간은 주인을 위해 술을 해독하고자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밤새 술독(毒)을 해독하지만 쉴 틈 없이 마시는 주인을 만나면 결국 언젠가는 해독할 능력 이상의 일거리를 계속 맡기는 불건전 음주 주인 탓에 골병이 들게 되고 결국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특히 B형 간염 보유자가 아직도 성인 직장인에서는 약 4~5%이며 이들에게 불건전 음주는 간염이라는 불씨에 계속 기름을 끼얹는 격이며 결국 간이 다 타서 재가되어 간이 망가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40, 5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가 만성간질환(암 때문인 사망제외)인 이유와 암중에서 간암으로 사망원인이 1위인 이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의 잘못된 음주문화는 일제강점기에 세금을 효과적으로 걷기 위해 지역별 우리의 전통주의 생산을 금지하고 막걸리와 소주를 싼값으로 공급하고 주세를 걷는 방식 때문에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당시에 즐거운 일보다는 속상한 일이 많던 우리 국민이 울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취하려고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사는 우리는 현실 외면을 위해서 취하려고 마시는 문화에서 삶의 약간의 윤활유를 위한 건전한 음주 문화로 변화가 필요하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기 위하여서거나 서먹한 대화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정도의 건전한 음주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술을 강권하기보다는 서로 존중하며 즐거운 대화를 위한 양념 정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 사회에서 음주 강요가 얼마나 심하면 모 제약의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로 간장약이 그렇게 많이 팔리게 되었는지 짐작이 된다. 직장일이 끝나고 서로 위로하는 자리가 술을 강요하고 건강과 주폭의 온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후진국형의 음주문화에서 개개인을 존중하는 건전음주문화가 오기를 바라며 직장에서 성희롱죄를 엄격히 정하는 것처럼 술을 강요하는 상사도 경고카드를 주는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고자 :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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