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01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아기들 잠자리
드라마나 영화 장면 중에 이제 막 첫 아기를 출산한 가정을 묘사할 때 꼭 한번은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밤새 잠을 보채는 아이 때문에 남편과 아내가 잠도 못 자고 보채는 아이를 밤새 어르고 달래는 장면이다. 간신히 잠을 재워도 바닥에 눕히면 귀신같이 알고 잠에서 깨어 다시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같이 지쳐서 그 자리에서 잠들기도 하고, 결국 늦게 잠에 든다. 실제로 출산 후에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기 재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새벽시간이 되기도 하고, 잠에 든다고 해도 이미 취침 시간이 지나 건전한 수면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날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날이 매일 지속이 되면 수면 습관이 잘못 잡혀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위 상황을 다르게 보면 부부들이 고생하는 이유는 아기가 잠들고 싶어도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 때문이다. 이런 아기들을 빨리 재우기 위해서 공갈 젖꼭지나 흔들 침대를 이용하다가 치아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흔들린 아이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 날 수 있다. 또 이런 조건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해 올바른 수면습관을 익히는데 악영향을 미쳐 어려서부터 수면장애와 이에 따라 파생되는 증후군들로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아기의 수면습관에도 관심을 가질 때, 가족 모두가 건전한 수면을 향유할 수 있다.
 
아이들의 건전한 수면은 부모들의 깊은 관심으로부터 가능하다
얼마 전 영유아 수면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주디스 오언스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영유아 5명 중 1명이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있고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는 등의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일반적으로 외적 요소로서 수면장애를 판단 할 수 있는 것이 코를 곤다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일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이비인후과 구조상 숨쉬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호흡 증상은 거의 나타나진 않는다. 그러나 코골이나 호흡관련 문제 때문에 수면장애가 건강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잠 자는 아기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있다. 특히 자는 자세를 통해서 아이가 수면하는 동안 편한지 아닌지를 확인 할 수 있는데, 바른 자세로 자지 않는다면, 호흡이 불편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잠을 괴롭게 잘 경우 성장 호르몬이 가장 분비가 되는 깊은 수면상태에 들어가지 못해 아이의 발육과 성장을 더디게 한다. 게다가 면역기능까지 저하시켜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잠에 들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부모들의 이런 관심이 세심하게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자주 울거나 행동이 산만하다면 수면의 양을 늘려봐야 한다. 만약 수면을 늘렸음에도 행동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수면장애와 관련된 수면 습관에 대하여 전문가의 상담을 요한다.
아기들의 수면 습관이 성장뿐만 아니라 얼굴형태와 성격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수면장애 징후가 보인다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하자. 특히 잠잘 때 몸을 자주 뒤척이거나 움직임이 심하고, 똑바로 자지 못하거나 엎드려 자고, 식성이 좋음에도 또래들보다 체격이 작다면 꼭 상담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 수면장애 극복하기

아기들의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1. 기상 시간을 교정하여 취침 시간을 바로 잡자.
숙면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보통 첫 해를 본 다음에 15시간 이후에 분비가 된다. 즉, 기상시간으로부터 15시간이 지나야 생리적으로 잠에 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찍 일어날수록 아이가 취침에 들어가는 시간이 빨라짐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한번에 너무 일찍 깨우기 보다 첫날 30분 일찍 기상, 3일 후에 1시간 일찍 기상과 같이 점차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게 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햇볕을 쬐게 하여 저녁에 더 빨리 멜라토닌이 분비되게 한다.

2. 낮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재우지 말자.
만약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면 낮에 과하게 낮잠을 자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잠이 부족한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으니 3시 이전에 낮잠을 재우고, 그 시간 이후에는 아이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여 아이가 잠에 들지 않도록 한다.

3. 방 안이 촉촉하도록 습도를 조절하자.
아이가 생활하는 방에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널어 잠자리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는 방안의 습도를 수시로 체크해주어야 할 것 이다.

4. 취침시간에 가까울수록 전체 조명보다 부분 조명을 이용하자.
멜라토닌은 어둡고 편안한 환경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 8시가 지나면 방안 전체를 밝히는 조명을 끄고 스탠드와 같은 부분 조명을 활용하자. 또 텔레비전을 꺼서 실내를 조용하게 만들어 숙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5. 낮에는 충분히 햇볕을 보게 하자.
낮에 충분히 햇볕을 봐야만 멜라토닌이 인체에 흡수가 잘 된다. 수면 뿐만 아니라 성장발달을 위해서는 적당한 햇볕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집안에 햇볕이 잘 들게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외출시간을 늘려야 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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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인생을 바꾼다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전공의 수료
국립나주정신병원 신경과 과장
국립보건원 뇌신경질환과 연구원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수면 전임의
미국 수면전문의 자격취득-신경과 최초
싱가폴 수면학교 강사 역임
고려대학교 신경과 교수 역임
대한수면연구회 학술이사
한국수면학회 이사
현 서울수면센타 소장

한진규원장의 올바른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