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01

새벽 5시 30분. 현란한 알람소리에 맞추어 눈을 뜬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한껏 기지개를 펴보지만 잠이 깨질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뿐. 일부러 찬물을 틀고 샤워기에 뿜어져 나오는 물을 맞으며 샤워를 하면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아내가 준비한 영양식을 먹고 곤히 잠든 두 아이가 깰까 조심스레 출근준비를 한다. 두 아이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며 “오늘도 아빠는 파이팅이다!”라는 다짐을 하며 집을 나선다. 아내는 내게 “좀더 푹~ 잠을 자라”고 하지만 나에게 목표가 있기에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6시 40분경 회사 헬스장을 찾아 가벼운 조깅과 함께 근력, 복근운동을 1시간 정도 한다. 월, 수, 금요일은 강하게 화,목요일은 약하게 실시한다. 이렇게 아침부터 땀을 빼면 하루를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

오전 8시30분.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체크해 본다. 요즘은 복지관 일이 너무 바쁘다. 오는 20~21일 저소득층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에 각 기업체의 후원을 받으러 이리저리 뛰다 보면 하루가 금방 흘러가게 된다.

저녁 6시 퇴근 준비를 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훈련장으로 향한다. 그렇다 보니 내 가방 속에는 항상 마라톤화와 운동복이 자리 잡고 있다. 퇴근 후 연습을 하기 위해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곳에 가면 지쳐 있는 나를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우리 분당마라톤클럽 회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클럽의 막내로서 회원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클럽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회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목표를 위해 주어진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분당마라톤클럽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강한 훈련을, 월·수·금요일엔 조깅을 위주로 훈련을 한다. 토요일과 주말에는 장거리 훈련이나 험한 산 지형을 달리며 근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땀이 쏟아지고 숨이 턱 밑까지 올라오는 고된 훈련도 클럽과 함께하면 즐거움과 성취감으로 바뀐다.

훈련이 없거나 일찍 귀가하는 날은 직장동료들로부터 술 한잔 하자는 권유를 받기도 하지만 훈련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소홀했다. 훈련을 하고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아이들이 잠들어 아빠의 얼굴을 못 보는 날이 많아졌다. 큰 아들 석훈이가 좋아하는 야구놀이도 못해주고 어리광도 받아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석훈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 들고 집에 도착한다. 석훈이는 뛰어와 안기고, 손에 든 간식을 보면 더 즐거워한다. 6개월된 둘째 유림이도 반가운지 방긋방긋 웃어준다.

이렇게 일찍 들어오는 날에 석훈이는 “아빠~ 오늘 훈련없어!”라고 묻고서는 야구놀이를 하자고 조른다. 야구놀이로 한 바탕 신나게 놀고 부자간의 목욕을 마치고 나면 큰아이는 피곤했는지 내 옆에서 조용히 잠이 든다.

아내는 마라톤을 하는 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날 보면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힘든 운동을 인해 체중이 많이 감소되고 혹시 몸에 무리라도 오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고 있다. 연습을 하다 보면 자주 부부가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언젠가는 아내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목표를 이루면 또 다른 목표가 나타난다. 이것이 마라톤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목표를 위해 항상 달릴 것이다.

내 작은 소망이 있다면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 석훈이. 이렇게 3부자가 대회에 출전 함께 손잡고 골인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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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홍기자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현 조선일보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