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08

몇 달 전 일이다. 진료실에 40대 남성이 굳은 얼굴에 구부정한 자세로 들어왔다. 첫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걱정스런 얼굴에 두려운 빛이 가득했다. 환자는 주춤주춤 일어서더니 바지를 내리는데 시꺼멓게 피멍이 든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평소에 여성상위를 즐겨하던 그는 전날 밤에도 여성상위의 자세로 부부관계에 몰입 중 부인이 성기가 빠진 줄도 모르고 내려앉다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괜찮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기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형체도 울퉁불퉁해지더라는 것이었다.

또한 남달리 강한 정력을 과시하던 그의 성기도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환자는 영원히 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치료가 가능한지 등등 걱정과 근심으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진료실로 뛰어온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의학적 용어로 ‘음경골절’이라고 부른다. 골절이라면 뼈가 부러진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보통 때 말랑말랑한 성기에도 뼈가 숨어있다는 말일까? 물론 성기엔 뼈가 없다. 성기의 구조를 살펴보면 발기조직인 음경해면체는 두껍고 강한 음경백막에 의해 둘러싸여져 있는데 발기가 되었을 때는 음경해면체가 팽창하게 되며 이를 쌓고 있는 음경백막이 당겨지게 되어 매우 얇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발기가 되어 음경백막이 얇아져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음경이 꺾이는 등의 외부적 충격이 가해지면 높아진 음경백막 내부의 압력에 의해 얇아진 백막이 뚝하며 찢어지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이 환자의 경우처럼 여성상위의 자세로 관계를 갖거나 삽입된 상태에서 여성이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경우에 잘 발생되며, 질 내 윤활액 분비가 덜된 여성에게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하다가 발생하기도 한다. 간혹 발기가 된 상태에서 넘어져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음경골절은 자세한 병력조사와 신체검사, 그리고 음경초음파 검사 등으로 어렵지 않게 진단이 가능하며 치료는 즉각적인 수술로써 찢어진 백막 부위를 봉합해야 한다. 심한 경우는 소변이 나오는 요도까지 찢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혈뇨가 있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환자도 응급수술로 찢어진 백막의 봉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으며 이튿날 퇴원을 하였다. 한참이 지나 내원한 그 환자에게서 ‘다시 이전처럼 작동이 잘된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음경도 뼈처럼 부러지는 줄 몰랐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처럼 성행위시에도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심한다면 더욱 안전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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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병원]
박현준 교수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 및 비뇨기과 남성의학 박사
부산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교수
대한남성과학회 상임이사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위원
세계성의학회 및 아시아태평양성의학회 회원

즐거운 성을 위하여, 행복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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