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07

필자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찾아오는 박영감님이란 환자분이 있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2:8 가르마를 포마드 기름으로 잘 빗어 넘긴 머리와 콧수염… 아마 젊었을 때 여러 아가씨들의 흠모를 한 몸에 받았을 것이 분명한 멋쟁이 영감님이시다. 하지만 이 멋쟁이 영감님이 처음 병원에 내원할 때는 풀죽은 모습의 상심 가득한 얼굴이 유독 눈에 들어왔었다.

이유인 즉, 10여 년 전부터 영감님을 괴롭힌 당뇨합병증으로 발기가 전혀 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찰결과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한 신경인성과 혈관성 발기부전이 동시에 생겨 성능이 좋다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고용량으로 처방해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중증 발기부전이었다.

고심 끝에 박영감님께 발기유발제를 자가 주사하는 방법을 권했고 박영감님도 흔쾌히 응했다.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발기를 위한 발기유발제의 양을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를 한 후 발기유발제를 처방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내원한 박영감님은 마치 30~4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이렇듯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이상의 발기부전 환자에게 발기유발제 자가 주사요법은 훌륭한 대안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즉 혈관확장작용을 지닌 발기유발제를 아주 작은 주사기(당뇨환자들의 인슐린 자가 주사기와 같은)를 이용해 성관계 직전에 음경에 자가 주사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사하는 발기유발제의 용량을 병원에서 정확히 측정해야 하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용량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실제로 발기유발제 자가 주사요법을 시행하는 환자의 가장 흔하고 심한 합병증은 주사용량과다로 인한 지속발기증이다. 이는 발기유발제의 용량이 과하여 발기가 대여섯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대표적인 비뇨기과적 응급상황의 하나이다.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발기를 가라앉히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한 경우 영원한 발기부전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박영감님은 ‘산삼을 먹었느냐? 녹용을 먹었느냐?’는 친구들의 부러움의 눈빛에 흡족해하는 듯 했다. 물론 할머님 역시 굉장히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부인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얻게 됐다”는 박영감님은 오늘도 영감님과 나만의 비밀을 안고 병원 문을 나선다.

/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joon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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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아래 이상무(無) !

[부산대학교병원]
박현준 교수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 및 비뇨기과 남성의학 박사
부산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교수
대한남성과학회 상임이사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위원
세계성의학회 및 아시아태평양성의학회 회원

즐거운 성을 위하여, 행복한 삶을 위하여!
남성들의 비밀스런 바지속 이야기를 최신의학지식을 통해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