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D-77일/8월13일

오전 5시40분. 권은주씨의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LSD 20km를 시작했습니다.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지 20분 쯤 지났을 때 뒤에서 "울트라 하십니까?" 라는 질문이 들려왔습니다.

어느 새 옆으로 다가온 질문의 당사자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그 분은 풀코스를 다섯번 완주했고, 다음 주 강화도에서 열리는 60km 울트라마라톤 출전을 앞둔 분이었습니다. 어제 토요일 남산에서 훈련을 하고, 오늘은 컨디션 조절 겸 해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답니다. 청계천을 따라 하류로 20여분 함께 가면서 마라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춘천마라톤 뛰려면 미리 가봐라, 4시간30분이 목표라면 초반에 오버만 안 하면 된다, 등등 선배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일요일 청계천은 하류로 갈수록 복잡합니다. 아침 운동 하시는 분이 참 많습니다. 저처럼 뛰는 사람보다는 걷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는 분, 달리는 분도 만났지만, 대부분 건강을 위해 걷기를 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습니다. 주택가가 없는 청계4가~청계 8가 구간의 청계천 모습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인적은 드문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많이 봤네요. 다리 밑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 계단에서 주무시는 분은 그나마 약과네요. 밤 새 술마신 젊은이들이 여자 친구 한명을 물에 빠트리기도 하고, 새벽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는 분도 있습니다. 글쎄 그 옆에서 쉬야를 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오늘 제 훈련은 실망과 낙담과 스트레스를 남겼습니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출발해 청계4가를 거쳐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죽 달렸습니다. 마장동을 지나 하류 끝까지 가면 중랑천과 만납니다. 중랑천 하류로 계속 달린 뒤 응봉역에도 U턴을 했습니다. 거리는 20km가 조금 넘는 것 같습니다. 결과는 1시간45분은 달리고, 50분은 걸었습니다. 2시간45분에 집으로 귀가. 2시간10분 쯤은 달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양말을 잘못 골랐는지 왼쪽 발가락이 짓눌리면서 아파 오는 바람에 달리기를 중단했습니다. 물론 발가락 아픈 건 달리기를 중단하고 싶을 때 적절한 핑곗거리였다고 고백합니다. 호흡은 괜찮은데 다리 힘이 모자라는지 자꾸 끌리더군요. 어깨도 아프고, 목도 뻐근해지고. 아마 제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하프코스를 2시간45분에 완주한 셈인데, 이를 어쩌죠? 아무리 늦어도 2시간30분 안에는 하프코스를 달려야 할텐데. 운동 부족이 주된 원인이니 제 탓을 할 수 밖에 없지요 뭐.

이제 77일 남았습니다. 스트레스가 팍팍 느껴집니다. 하루도 운동을 거를 수 없는 때가 된 것네요. 이젠 진짜 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춘마를 준비하시는 여러분! 여름을 즐겁고 유익하게 나시길...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려라홍기자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현 조선일보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