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26
입호흡, 적군에 성문을 열어주는 격
사람들은 입으로 음식을 먹고 말을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입이 ‘호흡’이라는 코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코 질환으로 인한 코막힘이나 격한 운동에 대한 반동으로 간간히 행해지던 입호흡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코와 기관지를 연결하는 중간에서 기관지와도 통해 있기 때문에 전혀 힘들이지 않고도 입호흡은 가능하다. 어떨 때는 작은 콧구멍보다는 큰 입으로 한꺼번에 숨을 몰아쉬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낄 때조차 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몸의 기능은 편하다고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앞서 코의 기능을 살펴봤듯이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기에 그렇게 기능하도록 결정지어진 것이다. 입에는 섬모나 점막의 역할을 할 만한 것이 없다.
에어컨이나 정화기에 필터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먼지와 세균의 온상지가 될 것이다.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입으로의 호흡은 돌격태세를 갖춘 수많은 적군 앞에 어이없이 성문을 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화되지 않은 공기가 직접 기도를 통하니 편도선이 상하거나 바이러스 등 잡균에 대하여 무방비한 상태가 되기 쉽다.
그렇게 좋지 않은 물질들이 하나 둘씩 몸속에 쌓이게 되면 면역력이 약화되어 건강에 이상 징후들이 보이고 결국 병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 폐해는 천식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꽃가루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 질환의 급증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보고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열명 중 한명은 코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아이들 열명 중 세명은 코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나와 있다. 아이들 코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역력의 약화는 잘못된 코와 입의 쓰임 곧, 입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단 입호흡이 몸에 배어버리면 코호흡으로 바꾸기가 어렵다. 코호흡에 익숙해진 것 같다가도 긴장을 놓는 순간 다시 되돌아가 버린다.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노이즈 밴드’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 1년간 코막힘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본원을 찾은 어린이 1,022명을 대상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처방과 함께 입호흡을 치료하는 테이핑요법과 비강을 넓혀주는 노즈리프트 치료, 껌요법을 동시에 사용한 결과, 96.9%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노즈리프트란 콧속 공기 통로를 확대하는 장치를 코에 착용하는 것이고, 테이핑요법은 잠을 잘 때 입을 테이프로 막고 수면을 취하는 방법이며 껌요법은 하루 3회 1시간씩 입을 다물고 껌을 양쪽 치아로 고루 씹는 방법이다. 입호흡은 아이에게는 이미 습관성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치료하기는 힘들뿐 아니라 아이의 삶 전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
김남선 영동한의원(코알레르기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