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2월26일/일 

오늘 훈련 일정은 등산입니다. 지구력,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근육을 단련시키는 데 아주 좋은 것이라며 권은주씨가 강력히 권했습니다. 체지방을 태우는 데도 아주 좋은 것이지요. 집 근처의 북한산을 선택했습니다. 오전 7시20분 정릉매표소를 출발, 보국문~대성문~대남문 구간(왕복 7㎞ 거리)을 돌아 왔습니다. 2시간50분 쯤 걸리더군요.

▲ 오전 7시30분. 정릉매표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한산 입구입니다. 봄기운을 느끼며 걷는 데 눈이 보여 찍었습니다. 산에 올랐다가 내려 올 때에는 눈이 다 녹아 있었습니다.

등산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앞으로 일정을 빼먹으면 10월 풀코스 완주가 힘들 수도 있다”는 권은주씨의 협박(?) 때문에 억지로 산에 오른 것은 절대 아닙니다. 등산 광(狂)이 마라톤 광(狂)보다 더 많은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고, 그 재미가 뭔지 이 참에 느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발적으로 한 것입니다.

북한산에 오른 것은 2002년 2월 쯤인가, 거스 히딩크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따라서 한 게 마지막입니다. 당시 히딩크 감독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따라 평창동~대남문~정릉 코스를 올랐는데, 취재 목적이라 등산의 재미를 느낄 새도 없었습니다. 몸도 엉망인 상태에서 악으로 버텼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그 다음 등산을 한 것은 작년 6월 쯤입니다. 지리산 취재를 위해 경상도 산청~지리산 세석평전~경남 함양 코스를 다녀온 것입니다. 그 때도 어지간히 힘들었죠.

▲ 보국문 성벽의 나무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눈바람이 정말 차네요. 장갑도 털모자도 없이 산에 올랐다가 얼어 죽을 뻔 했습니다. 산성을 경계로 남북이 왜그리 다른지. 남쪽 하늘은 햇빛도 보이고, 봄 기운이 돌았건만 북쪽은 시베리아 벌판입니다. 아~ 눈바람! 

오늘은 어땠냐구요? 괜찮았습니다. 정릉~보국문 구간 2.5㎞는 4분의3이 오르막이었는데, 거의 쉼 없이 올랐습니다. 보국문~대성문~대남문 구간 1㎞를 오가는 것은 눈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산 아래는 비가 약간 왔는데, 해발 700미터가 넘는 북한산 위에는 눈이 왔더군요. 글이 미끄러워 걷는 데 애로가 있었습니다. 장갑도 준비해가지 않아 손이 많이 시렵더군요. 등산도 초보인지라 뭘 준비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올랐습니다. 매사 서투릅니다.

▲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길입니다. 완전히 겨울입니다. 길이 미끄러워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손은 왜 또 그리 시린지...

▲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능선에 서 있는 소나무. 눈가루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지만 당당해보입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습니다.

▲ 봄을 기다리던 자연이 '눈 폭탄'을 맞았습니다. 싹을 피우려던 가지에는 눈꽃이 피었네요.

▲ 올라갈 때 눈에 쌓여 있던 나무가지에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눈바람 대신 기분좋은 바람이 느껴집니다. 꼭대기는 겨울인데, 북한산 입구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 계곡에도 겨울과 봄이 공존합니다. 얼음이 여전히 겨울이라 외치고 있지만, 졸졸흐르는 계곡 물은 벌써 봄입니다.

▲ 다시 정릉매표소 입구. 등산로는 느긋하게 휴일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은 봄을 알리고 있는데, 복장은 여전히 겨울입니다. 하긴 산 정상에서는 저 복장이 훨씬 든든하겠지요. 정상까지 갈 때는 땀에 뒤범벅이 되겠지만...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려라홍기자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현 조선일보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