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홍 기자, 1월 1일 오전 6시에 남산 국립극장 입구에서 봅시다.” 마라톤 전문 여행사 ‘여행춘추’를 운영하는 정동창(45) 사장이 지난달 30일 전화로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니다. 10개월 후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저에게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것입니다. 9년 전 키 178, 체중 92㎏이었던 정 사장은 체중을 줄이려 달리기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풀코스를 49차례나 완주한 마라톤광(狂)입니다. 매년 4~5차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그 분의 현재 체중은 73㎏를 넘지 않습니다.

제가 불려간 곳은 마라톤을 100회 완주하겠다는 동호인 모임 ‘100회 마라톤’의 신년 달리기 현장이었습니다. 이 모임에 참가한 30여명의 회원들은 3㎞ 거리의 남산 북쪽 순환도로를 1시간30분 만에 2~3차례씩 왕복하더군요. 10분간의 스트레칭이 힘들어 비지땀을 흘려야 했던 제가 달린 거리는 300나 됐을까요. 발목이 시큰거리고,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나머지 5.7㎞를 걸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습니다. 타박타박, 발걸음도 가볍게 저를 추월해가는 분들이 두 번은 왕복했을 시간입니다.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세운 저의 2006년 첫날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런 ‘사태’가 올 줄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키 179, 체중 92.9㎏. 체중은 적정 치보다 16㎏나 무겁고 체지방율은 표준(15~25%)보다 훨씬 높은 30%입니다. 표준(0.80) 이하여야 할 복부지방율도 0.90으로 높아 몸통 근육이 절대 부족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두 다리의 근력도 표준에 못 미칩니다. 평소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지만 달리기는 무리라는 게 서울 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의 진단이었습니다. 달리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심폐 기능은 수, 우, 미, 양, 가의 5단계 중 ‘양’에 해당한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체중 1㎏당 최대 산소 섭취량이 29.2(㎖/㎏/분)로 제 연령층(41세) 평균의 77%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 몸으론 3~4개월 안에 완주할 수도 없고, 잘못하면 무릎·발 부상만 입는다”는 경고에 힘이 빠졌습니다. 혈압과 심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습니다.

진 교수는 “첫 3개월은 체중 감량에 신경을 쓰고, 걷기와 허리·다리 근육 강화운동에 더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습니다. 저의 ‘10개월 작전’을 도와줄 여자 마라톤 한국 기록 보유자 권은주(29·동국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씨도 “왕초보에게는 스트레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헬스장과 동네 뒷산, 학교 운동장에서 보내야 할 몇 주가 정말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훈련 일지

구분

1주차

스트레칭 10분 속보 걷기 30분(달리기 자세로 숨이 가쁠 정도로 빨리) 마무리 운동

스트레칭 10분 조깅 15~20분(몸이 더워질 만큼만 가볍게) 웨이트 트레이닝 30분 마무리 운동

스트레칭 10분 고정식 자전거 40분 유연성 운동 15분

휴식

스트레칭 10분 속보 걷기 20분 조깅 20분 마무리 운동

휴식

등산(1~2시간)

나는 왜 춘천마라톤에 도전하는가

“나는 왜 마라톤을 하려고 하는가?” 오는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일을 핑계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건강을 이젠 챙겨야 하겠다는 위기감이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7년간 육상 담당 기자로 만났던 마라톤에 ‘미친’ 분들이 제게 던졌던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부담도 컸습니다.

체중을 110㎏에서 80㎏으로 줄였다는 40대 직장인, 무릎이 아파 계단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했던 50대 중반 아주머니의 풀코스 완주기, 1998년 5㎞에 도전한 뒤 하프·풀코스를 뛴 ‘말아톤’의 주인공 배형진씨. 그들의 마라톤 이야기를 전했지만, 달리는 고통과 완주 뒤의 희열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춘천 의암호 순환 코스를 승용차가 아닌 제 발로 직접 달려 보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지난 10여년간 방치됐던 제 몸은 뛸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 스포츠 건강의학센터의 진영수 소장과 여자 마라톤 한국 기록 보유자인 권은주(동국대 체육교육과 대학원 재학)씨의 도움을 받을 작정입니다. 진 소장님은 의대 교수이면서도 체육학 박사입니다. 권은주씨는 저를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짜 주기로 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황영조 감독에게도 도움을 청할 생각입니다. 이미 풀코스 도전에 성공한 여러분의 경험도 얻고 싶습니다. 저의 마라톤 일지는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20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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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홍기자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현 조선일보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