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10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독서의 힘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예전에 비해 독서하는 아이가 확실히 적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뭐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뭐지?” 등의 질문을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게임을 물으면 3초도 안 되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답이 튀어나온다.
최근 두뇌트레이닝을 시켜준다는 게임도 나와 있지만 순간적으로 표시되는 화면을 기억했다가 답을 제시하는 단순 노동이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손의 사용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기는 하나, 이는 일방적으로 한쪽 뇌를 자극해 뿐이며 단순한 반복운동과 사고는 뇌발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쌍방향 소통이 아닌 한쪽만의 일방적인 정보제공의 형태이므로 뇌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서는 어떤가? 독서는 게임에 비해 훨씬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 과정을 요한다.
특히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않으면 사고력, 논리력, 기억력 등도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데 책을 읽음으로써 언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책에서 얻는 간접 경험과 사고도 대뇌 전방부를 활성화시켜준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칭송받는 소설가 성석제 역시 그의 글쓰기 능력이 어린 시절 독서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책상이나 식탁, 방바닥이나 머리맡까지 손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책을 놓아두고 읽었다.
당시 성석제는 시골생활을 하였는데 도시가 아니다보니 지금처럼 TV나 게임도 없었으므로 책 외에는 마땅히 놀거리도 없었다. 게다가 아홉 살 터울의 형님은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재미있어 할 만한 책을 직접 구해다 주기도 했다.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읽은 책의 양이 상당하였고, 그런 독서는 그를 칭송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도 그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책을 읽어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숨쉬는 공기처럼 책도 자연스레 생활 속 일부로 자리잡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교육철학대로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의 일부로서 책을 받아들이고 독서하는 습관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고 한다.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같이 선선한 날에는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책장을 넘기는 호사를 부려도 좋을 듯하다. 특히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게임기보다는 싸지만 가치로만 따지자면 수십 배, 수백 배는 비쌀 책 한권을 선물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할 일일 것이다.
변한의원 / 변기원 원장
변기원 원장이 함께하는 건강한 뇌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