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아카펠라(A Cappella). 흔히 반주가 없는 합창곡을 말한다.

1960년대의 영국 그룹인 킹즈 싱어즈(King's singers)나 클래식음악을 직접 목소리로 표현하는 스윙글 싱어즈(Swingle singers), 테이크6(Take 6), 리얼 그룹(Real Group)등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들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악기가 낼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을 창조해 낸다.

아카펠라는 악기가 없던 원시시대, 고대인들이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부르던 노래에서 유래됐다. 이후 중세를 거치면서 16세기엔 교회용 합창곡 양식으로 발전했고, 요즘은 교회음악뿐 아니라 무반주 합창곡 전체를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아카펠라에 반주가 전혀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카펠라 그룹들도 노래의 첫 음을 잡기 위해선 기준음이 필요하다. 일단 기준음을 듣고 절대음을 잡은 뒤에야 무반주로 노래할 수 있다.

기준음이 없다면 목소리를 정확히 만들 수 없으며 화음을 맞추기도 힘들다. 가수들이 한쪽 귀를 막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시끄러운 반주 소리를 막고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듣기 위해서다.

목소리 튜닝은 매우 복잡한 신경회로 조절 과정을 거치는데, 반주 없이 부르는 합창곡인 아카펠라는 일반 합창곡보다 더 많은 훈련과 음감이 필요하다. 악기의 도움 없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맞춰 음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청각, 후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 자극과 감정 상태에 의해 조절된다. 이들 감각 신호들을 ‘뇌간’이라는 뇌신경 중추가 통합해 발성 신경계를 제어하고 조절해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뇌간에서 내려온 다양한 자극들은 성대의 운동과 성대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해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와 거의 동시에 뇌에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목소리를 듣고 성대 접촉면의 감각과 성대 근육 긴장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이런 과정들은 아무리 최고 성능의 컴퓨터라 해도 재현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이다.

소리를 못 듣는 장애우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런 튜닝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청각이 없기 때문에 뇌가 성대에 어떤 신호를 어떤 강도로 보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밖에 뇌에서 잘못된 신호가 성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나 유전적인 원인 등으로 인해 뇌간의 신경 세포가 망가지면 목소리가 떨리거나 끊기고 성대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돼 발성이 힘들어지는 ‘연축성 발성장애’가 생긴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성대 근육에 미세하게 보톡스를 주입하면 정상적인 목소리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성악가나 가수들 중에는 연축성 발성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지만, 보톡스의 마비 효과로 인해 성대에 힘이 없어져 노래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피를 토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성대 상태에 맞는 음을 내곤 한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입력 : 2005.12.16 17:2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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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