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인류 최초 항암제 치료 받아
1947년 9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암 학회에서는 한 환자의 사례가 발표되고 있었다. 외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전부였던 당시에 주사로 암의 증세가 호전된 획기적인 사례였다. 새로운 약에 대해 극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이 익명의 암 환자는 다름 아닌 홈런왕 베이브 루스였다.
1년 전인 1946년 9월, 목소리가 쉬고 머리 왼쪽에 심한 통증을 느낀 루스는 주치의를 찾았다. 의사가 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충치를 몇 개 뽑았으나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11월 전문의들이 루스의 두개골 아래에서 암을 발견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위치였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12월에는 목 왼쪽에도 암이 나타나 수술을 시도했으나 암 덩어리가 동맥에 붙어 있어서 절제에 실패했다. 다시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이 3개월 동안 루스의 체중은 약 40㎏이나 줄었다.
1947년 6월 29일부터 테롭테린 주사를 맞기 시작한 루스의 상태는 극적으로 호전되었다. 몸무게가 10㎏ 늘었고 진통제 사용량도 줄어들었다. 8월 14일에는 목의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고,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약의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루스의 증세는 다시 서서히 악화되었다. 다음 해 6월, 루스는 메모리얼 병원에 입원했다. 이미 방사선 치료와 목의 수술을 받은 후였는데도, 루스는 주치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 여기는 메모리얼 병원인데, 메모리얼은 암 전문 병원이잖습니까? 왜 나를 이리로 데리고 오신 거지요?” 당시의 관습상 가족과 의사들이 본인에게 암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론도, 후일 루스의 암이 현대의 가장 잘 지켜진 비밀 중의 하나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위대한 홈런왕을 위해 그의 병명을 숨기는 데 협조했다.
이재담·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