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장질환 전문 병원에서 깜짝 놀랄만한 통계자료를 보내왔습니다. 국내 최초로 10만 건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더니 42.5%에게 대장질환이 발견됐으며, 발견된 대장질환의 90% 이상이 대장용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신문과 방송은 어처구니 없게도 이 통계를 근거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에게 대장용종이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단순히 건강검진을 위해 내시경을 받은 사람과 출혈이나 변비 등 병이 있어서 내시경을 받은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대장용종 통계를 냈기 때문에 통계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만약 건강검진 목적과 변비·치질·출혈 진단 목적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각각 몇 퍼센트에게 대장용종이 있는지 통계를 냈더라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문제가 있는 모(母)집단 대상 통계라 하더라도 용종 발견율이 너무 높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장용종은 40세 이상의 15~20% 정도에게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통계의 대상 중엔 30대 이하가 25.8%나 됐습니다. 만약 40대 이상만 따진다면 용종 발견율은 50% 이상이 됐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치질 등의 질환이 용종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성인의 40%’는 아니라도 대장용종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병원에서 통계를 조작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의학계에서 대장용종 유병률에 대한 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별도로 보다 많은 분들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대장암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암이지만 용종 단계에서 제거하면 가장 손쉽게 예방할 수 있는 암입니다. 검사 전날 대장을 비우는 작업이 번거롭고, 검사 자체가 고통스럽고, 또 수면 내시경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지만 대장 내시경의 효과는 그 모든 불편과 부담감을 상쇄하고 남습니다. 귀찮다고 암의 씨앗을 키워서야 되겠습니까?
/ 의료건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