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2
“혹시 수술을 해야 하나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과거에는 ‘허리는 칼 대면 안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많았다. 지금처럼 척추질환의 수술옵션이 다양하지 않았을 때는 나사못을 고정하는 척추유합술 같은 ‘큰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실제 허리수술을 받는 사례는 5~10% 이내이며 이 또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허리질환은 우선 약물이나 주사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고, 차도가 없으면 시술을 비롯한 비수술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그래도 호전이 없다면 그때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진료 프로세스다.
2kg 남짓하는 척추가 지탱해야 하는 몸무게는 척추 무게의 20~30배가 넘는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나 PC의 과도한 사용, 잘못된 자세, 운동부족 또는 과격한 운동도 원인이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병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PC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오래 앉아 허리를 굽히고 목을 숙이는 잘못된 자세가 척추의 노화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척추 질환인 허리디스크는 디스크(추간판) 내 수핵이 조직 밖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허리를 굽힐 때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서 있거나 걸으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허리는 물론 엉덩이와 다리, 발까지 광범위하게 저리고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방사통을 동반한다.
척추관협착증도 흔한 척추 질환이다. 척추 주변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는 등 퇴행성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야기한다. 저릿저릿하고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일시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반복하게 된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통증이 갑자기 시작되는 경향이 있어 환자들이 병원을 빨리 찾는 편이다. 이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서서히 진행되는 통증에 환자가 적응하는 경우가 많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지나도록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두 질환 모두 초기라면 적정체중을 유지하며,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고 약물 및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때 고려해볼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가 척추내시경 수술이다.
척추내시경은 수술할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넣어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튀어나온 디스크 병변을 제거하거나 좁아진 척추관을 넓힐 수 있다. 화면에 나타나는 수술 부위의 선명도가 기존에 비해 약 40배나 높아져 수술 시 정상 조직과 병변의 확실한 구분이 가능하다.
5~8mm 정도의 구멍을 뚫어 최소절개로 시행하기 때문에 근육과 인대 손상이 줄어들고, 흉터나 출혈도 줄일 수 있다. 회복이 빠른 만큼 입원기간이 짧고 전신마취보다 부분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아 마취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수술 중 환부를 계속 식염수로 세척해 주는데, 이는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의 수술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척추내시경은 정확하고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까다로운 수술이다. 수술 결과에 따라 경막 파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을 거쳐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다소 난도가 높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와 기술을 갖춘 전문의의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치료 후에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등 허리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는 자세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을 피하고, 한 자세로 오래 앉지 말고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척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 디지털기기의 과중한 사용, 레포츠로 인한 잦은 부상 등으로 관절, 척추질환 환자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절, 척추질환에 대한 의료진 칼럼을 통해 독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