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의 다른 생각들!
혁신은 기적이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노력이다(2)
삼정 KPMG
안근용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혁신을 하다보면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뭔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는 경우가 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을 때까지 에너지를 그냥 쏟기만 해서는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혁신할 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첫 번째로 ‘무조건 독창적인 것만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일을 하다보면 병원의 담당자 중에는 “그거 말고 뭐 새로운 것 없나요?”, “그건 너무 예전 방식인데요. 그거 말고......”라고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담당자가 다른 일들을 잘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조차 제대로 못한다. 이 부류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혁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직의 발전보다는 자기의 업적이 더 중요하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새롭게’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바꾸어서’에 방점을 찍는 것이 옳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혁신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거 우리도 하고 있어요. 근데 별로......” 병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말하는 병원 중에서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 병원은 보지 못했다. 하곤 있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성원들만 피곤하게 만들면서 하고 있다고 우기는 것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찾기 이전에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순서이다.
혁신할 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두 번째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시도하지 말라’이다.
특히 컨설팅을 하게 되면 ‘이번이 기회다’라는 마음에서 그 동안 쌓였던 묵은 숙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이 되어 있다. 과도한 과제는 어설픈 대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병원 내부에서 혁신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주요병원들에서는 혁신 조직을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정 부서에 속하지 않고 여러 부서에 얽힌 문제들을 그 부서에 던지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담부서일수록 수행하는 과제는 더 신중하게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짓고 수행해야지 어느 정도 수준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조용히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은 원인 분석할 때는 그것이 근본원인인지, 대안 마련 시에는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를 되물으면서 범위(할 수 있는 일)를 한정지어주는 것이 좋다. 할 수 없는 일 여러 개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가 더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의 두 번째 말은 곧 과유불급이라고 보면 된다.
혁신할 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세 번째는 ‘장래를 위해 혁신을 하지마라’이다.
피터 드러커는 당장 응용되지 못하는 혁신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에 그려져 있는 설계 도면과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20년 뒤에 매일 한 시간씩 뛰면서 건강을 유지 해야지와 같은 수준의 방안은 그냥 망상일 뿐이다. 그보다는 지금 5분간 걷는 것이 더 현실적인 변화이다.
병원이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이 좀 나아지면 실행해 보자는 것이나 2배 수준으로 성장하면 해보자고 하는 것은 그 과제를 기획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한 것 뿐이다. 설사 수익성이 나아지고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지금하지 못하는 일은 그 때도 하지 못한다. 먼 훗날 수행해야 할 대안이 나왔다 치더라도 그것을 위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정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경영 혁신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혁신가는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성공한 기업가들을 분석해보았는데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성공한 기업가들은 모두 위험추구자가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어제의 것을 지키는 일은 내일을 창조하는 일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동반하였기에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혁신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즉, 가만히 있는 것이 위험하고 혁신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혁신가는 보수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해야할 것 다섯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를 통해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혁신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보수적인 경영자라면 이 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길 바란다.
/기고자 : 삼정 KPMG 안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