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의 다른 생각들!
혁신은 기적이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노력이다(1)
삼정 KPMG
안근용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경영 혁신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소개하고자 한다.
수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얻지 못했던 불치병 환자가 어느 날 하루 밤 사이에 완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걸 소위 기적이라고 부른다. 기적은 우리가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치료법으로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기적은 되풀이 될 수 없기에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현장에서 혁신을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교육을 시작할 때면 ‘혁신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부정적인 사고 못지않게 ‘이번엔 확 뜯어 고칠 수 있는 건가?’하는 지나친 기대심리를 갖는 구성원들이 많다.
지나친 기대심리를 갖거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구성원은 혁신에 실패하게 되면 혁신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마치 기적을 바라고 있다가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자 기적은 없어 라고 혼자 좌절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피터 드러커는 아예 기적과 같은 혁신을 배제한다. 기적과 같은 혁신이 아예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을 뿐 더러 체계화하여 다른 곳에 전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혁신을 기적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분석과 시스템적 접근 그리고 고된 노력에 기초를 둔 목적 지향적 혁신만이 혁신으로서 의미를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원칙과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위해 꼭 해야 할 일 5가지와 해서는 안 되는 일 3가지를 제시하였다.
꼭 해야 할 일 첫 번째는 ‘분석을 통해 기회를 도출해라’이다.
즉, 조직을 둘러 싼 환경과 역량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혁신이 필요한 부분을 도출하는 것이다. 인구 특성의 변화, 산업과 시장 구조의 변화는 물론, 조직이 거둔 예상치 못한 성공과 예상치 못한 실패, 경쟁자의 성공과 실패, 고객 행동의 불일치, 프로세스 상의 불일치 등을 비교해서 끊임없이 찾아야 함을 이야기 한다.
꼭 해야 할 일 두 번째는 ‘현장에서 관찰하라’이다.
직접 밖으로 나가서 보고, 질문하고 그리고 경청하는 것이다. 고객, 즉 이용자를 관찰하고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진단서와 의무기록사본을 발급 받기 위해 방문한 고객은 로비의 안내센터에서 물어보고 2층의 진료 과를 찾아간다. 그리고 1층의 수납창구로 가서 수납을 한 뒤에 진단서를 발급하는 사무실로 찾아가 진단서를 발급받고 지하에 있는 의료정보관리팀에 가서 의무기록사본을 발급받는다.
영상자료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시 1층에 있는 영상의학과를 방문한다. 자료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이 실제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책상에서 페이퍼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그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져서 많은 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 때, 일하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장에서 관찰을 하게 하면 왜 저렇게 되었을까? 왜 개선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량적인 분석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번째는 정성적인 분석, 지각적인 인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모두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숫자들도 보고 사람들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해야 할 일 5가지 중에 2가지를 분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 만큼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 즉 정당성을 확보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두 단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그 과제가 왜 중요한지를 몸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병원장 혹은 외부의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혁신이 실행되기도 어렵고 설사 실행되었다 치더라도 병원장과 컨설턴트의 관심이 사라지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할 일 세 번째는 ‘집중해야 한다’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집중해야 하는 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의 경영진들은 혁신을 시작할 때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주겠다고 말을 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추진팀에게 맡기고 관심을 끈을 놓는다. 그리고 결과만을 챙긴다.
추진팀의 구성원들은 홀로 고군분투하다가 서서히 지쳐가고 수행기간이 끝난 뒤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다시는 혁신과 관계된 일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된다. 좋은 경험이 노하우로서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사장되어버리고 만다.
병원에서 수행해야 하는 혁신과제는 금방 풀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여러 부서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이다. 그렇기에 일단 시작하기로 한 이상 경영진은 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심도 갖고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A병원은 10여 명의 인력을 현재의 업무에서 빼서 혁신에 전담할 수 있도록 수 개월간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 주었다. 그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꼭 해야 할 일 네 번째는 ‘작게 시작한다’이다.
어렵게 분석하고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내놓은 해결방안을 실행할 때 많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부서의 협력이 없어서, 공간이 부족해서, 사람이 없어서, 투자를 해주지 못해서 등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갈만한 어려움들이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다 고려하다보면 결국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이때는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전 병실을 고치진 못하지만 한두 개 병실만 우선적으로 고쳐 볼 수 있다. 모든 진료과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개선할 순 없지만 특정 진료과의 프로세스를 우선 개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꼭 해야 할 일 다섯 번째는 ‘최종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점검하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실행해서 작은 성공을 확보한 혁신을 조직의 문화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시간을 줄였다면 매주 월요일에 전주의 결과를 받아서 피드백 해주고, 개선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정해 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적응기인지 여부를 살피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반영해야 한다.
혁신을 한 것은 조직의 습관을 바꾼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거기서 포기하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개인의 습관도 몸에 익으려면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조직의 습관은 그 보다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끈기 있게 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최종결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계속)
/기고자 : 삼정 KPMG 안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