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의 다른 생각들!

‘매우 만족’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삼정 KPMG

안근용

“얼마 전에 저희 대리점에서 전자제품을 사셨는데 사용하시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별 문제없는 것 같은데......”
“네, 다행입니다. 무슨 문제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OO전자에서 전화가 갈 거에요. ‘매우 만족’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일하던 중에 어떨 결에 전화를 받았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좀 이상했다. ‘도대체 왜 전화를 한 거지?’ 내 의견을 정말로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기 보다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OO전자는 늘 그랬다. 전자제품이 이상이 생겨 A/S를 요청했을 때 수리를 마친 A/S기사 역시 ‘전화오면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었다.

제도 자체의 취지는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운영 미숙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바뀌었다. 설사 고객만족도 조사가 고객의 객관적인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이나 A/S기사의 서비스수준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결과를 믿을 수도 없는 것이기에 역시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어쨌든 쓸데없는 일에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들일 뿐이다.

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만족도 결과’를 지표로 만들어 실적을 비교하다 보니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사’라기 보다는 의사, 병동, 진료과 등을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 졌다. 88.8점과 86.7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몇 점 차이로 어떤 이는 1등을 하고 어떤 이 20등을 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점수가 너무 낮으면 자극을 받긴 받는다.)

조사가 이루어지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통계기법에 따라 샘플을 뽑아 놓고 비전문가가(자원봉사자인 경우도 있고, 리서치 회사의 조사원이라고 하더라도 임률 문제로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수행하지 않는다.) 조사를 회피하려는 환자나 보호자를 설득해서 설문을 진행한다. 설문은 문항도 많다. 그렇지만 비슷비슷한 말들로 구성되어 정확히 구분해서 이해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그래서 성의 없이 그냥 표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즉,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설문을 고객들이 생각을 짜내서 억지로 작성하면 그것을 정량화하여 발표한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개선되는 것은 많지 않다. 다만, 고객만족도 조사를 주관하는 부서만 중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이 OO전자의 고객만족도 조사 사례와 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되짚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좀 더 나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방법도 그렇게 바꾸어야 한다. 100개의 샘플을 채우기 위해 고객과 직원을 고생시키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고객을 분석하여 개선점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고객만족도 조사 자체가 불필요다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싱가폴 창이국제공항에는 Instant Feedback System(IFS)이 있다.
화장실, 체크인, 안내소 등과 같이 고객의 Key Touch Point마다 터치스크린 장비를 설치하여 서비스수준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화면은 Excellent - good - average - poor - very poor를 상징하는 5개의 Smile Face로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체크인, 안내소 등에서는 서비스가 끝나자마자 그리고 화장실에서는 나오면서 한 번의 터치만으로 누구나 쉽게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자발적으로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기존의 방식(종이로 된 조사지, 이메일, 키오스크 등)보다 195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 터치스크린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림의 5가지 smile face처럼 답변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저게 뭐야’라고 별 반응이 없는 부류도 있고, ‘재미있네’, ‘아이디어 좋네’ 정도의 호기심을 보이는 부류도 있다. ‘청소하는 사람 엄청 고생하겠네’라고 걱정하는 부류도 있고, ‘저것으로 평가하면 좋겠네’하며 관리자 입장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위의 네 가지 범주 안에 속한다. 

마지막 유형은 “빨리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네”라고 말하는 부류로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다. 이 부류는 이것을 도입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부류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창이국제공항의 화장실에서 very poor를 누르면 얼마 되지 않아 청소부와 관리자가 달려온다. 그리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한다. 신속히 해결하여 두 번째 불만고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불만은 지금 발생했는데 기존과 같은 조사방식으로 파악하고 한 달 후에 혹은 6개월 뒤에 해결하는 것은 수많은 불만고객을 양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가 very poor불이 들어오면 모두가 거기에 집중하여 단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이었다.

창이국제공항 Instant Feedback System(IFS)가 직원이나 용역직원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제도는 고객이 불만을 표현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효과적인 툴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라는 것이 처음에는 그 목적에 맞게 설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잘못 사용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그것을 점검하고 개선하여 원래 취지에 맞도록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만족도 조사 역시 인센티브제도처럼 다른 제도와 연계되면서, ‘늘 같은 소리인 걸’,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뭐’와 같이 익숙해지면서 최초 도입했을 때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졌을 수도 있다. 정말 고객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통해 필요한 부분의 점검과 개선이 원한다면 관련 제도들이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 보길 권한다.

/기고자 : 삼정 KPMG 안근용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만으로는 현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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