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사

생명 살리는 의사가 사형방법 조언?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교수형은 총살형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사형 방법이다. 약 2500년 전 페르시아(이란)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실행이 간편하고 사후 수형자의 상태가 너무 잔혹하지 않으며 높이 매달 경우 여러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나라들에 의해 선호돼 왔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동안 약 50만 명이 교수형을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럽에서 주로 쓰이던 교수형 방법은 죄수의 목에 로프를 걸고 낮은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쇼트 드롭’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수형자들의 살갗이 찢어지거나 혈관이 파열되는 등 고통이 심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많았다.

때문에 19세기 말 영국에서 좀 더 긴 로프로 묶어서 멀리 떨어뜨리는 ‘롱 드롭’ 방식이 도입됐다. 발판이 빠지는 순간 신체가 떨어지는 높이를 몸무게에 맞게 조절함으로써 순간적으로 목뼈를 부러뜨리는 방식이었다.

1892년 영국 정부는 죄수의 몸무게에 따라 목에 거는 로프의 길이를 정한 환산표까지 만들었다. 이 표에 따르면 수형자의 몸무게가 54㎏ 이하일 경우에는 2.46m, 90.6㎏일 경우에는 1.626m 길이의 로프를 사용한다.

1913년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로프 길이를 조금씩 늘리는 방향으로 환산표가 개정되었다. 수형자의 고통을 최소화할 인도적인 목적으로 아일랜드 의사들이 고안한 새로운 환산표는 곧 세계 표준이 되었으며, 1968년 영국이 사형 제도를 폐지한 후에도 세계 각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의학의 관점에서 보는 사형 제도의 모순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임무인 의료인들이 누군가를 죽이는 일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있지만 의료윤리의 기본 원칙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많은 의사들이 처형 방법의 발명이나 처형의 현장에 참여해왔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모순을 정리하기 위해 세계의학협회는 1981년에 제정되고 2000년에 개정된 결의문에서 ‘어떤 형태로건 국가의 처형에 의사가 참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또 미국의학협회는 처형의 각 단계에서 의사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자세히 구분하여 공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국가들에선 사형 집행에 의료인이 입회하여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재담 교수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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