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사
몸 속에 녹는 실은 크리스마스 선물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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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술 광경을 바꾼 것이 영국의 외과의사 조세프 리스터였다. 그는 수술부위는 물론 의사들의 손이나 기구까지 모두 석탄산으로 소독하는 ‘방부법(防腐法)’을 개발했다. 덕분에 의사들로서는 긴 실 꼬리를 밖으로 내놓을 이유가 없어졌고, 몸 속에 이물질로 남아 염증의 원인이 되는 봉합사(縫合絲)를 회수할 방도 역시 없어지고 말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몸 속에서 저절로 흡수되는 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실이 가장 필요로 사람은 바로 리스터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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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크리스마스 날, 리스터는 환자들을 위문 온 어느 연주자가 “새 바이올린 줄이 아직 길이 덜 들어서 연주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힌트를 얻었다. 그는 곧 장선을 ‘길들이는’ 방법을 알기 위해 가죽공장을 찾았고, 가죽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크롬산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리스터는 결국 크롬산과 석탄산 혼합용액에 장선을 담그는 방법으로 수술용 장선 봉합사의 제조 기간을 이틀로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바이올린과 비슷한 옛 악기 키트(kit)와 소화관을 의미하는 거트(gut)가 합쳐져 변화한 말인 캣것(catgut), 즉 장선은 오늘도 내장의 봉합에 사용되고 있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