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사

몸 속에 녹는 실은 크리스마스 선물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세균감염의 개념이 없던 19세기 후반의 외과 의사들은 평상복 셔츠 위에 수술용 ‘프록코트(서양식 예복)’를 입고 수술을 했다. 의사들은 피나 고름이 튀어도 빨지 않는 더러운 옷 주머니에서 꺼낸 칼로 절개를 하고, 지저분한 단추 구멍에 걸어 늘어트려 놓은 실타래에서 실을 조금씩 뽑아가며 피가 나는 혈관을 묶었다. 또한 혈관 등을 봉합한 뒤 매듭에서 짧게 자르는 요즘과 다르게 실 꼬리를 길게 남겨 절개 부위 밖으로 노출시켜 놓았다. 어차피 상처는 감염되기 마련이므로 나중에 실이나마 쉽게 빼내려는 의도였다.

이런 수술 광경을 바꾼 것이 영국의 외과의사 조세프 리스터였다. 그는 수술부위는 물론 의사들의 손이나 기구까지 모두 석탄산으로 소독하는 ‘방부법(防腐法)’을 개발했다. 덕분에 의사들로서는 긴 실 꼬리를 밖으로 내놓을 이유가 없어졌고, 몸 속에 이물질로 남아 염증의 원인이 되는 봉합사(縫合絲)를 회수할 방도 역시 없어지고 말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몸 속에서 저절로 흡수되는 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실이 가장 필요로 사람은 바로 리스터 자신이었다.


리스터가 착안한 것은 액체 속에서 녹는 장선(腸線)으로 만든 실이었다. 현악기의 줄이나 테니스 라켓 등에 사용되던, 동물의 내장으로 만드는 장선은 튼튼했고 값도 쌌다. 그러나 용액 속에서 24시간 이내에 녹아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혈관을 묶은 매듭이 풀어지지 않도록 수술에 사용하려면 최소 2~3주는 녹지 않아야 했다. 도살장에서 구입한 동물 혈장에 장선을 넣어보는 실험을 계속한 리스터는 석탄산에 1년쯤 담가 놓았던 장선이 잘 녹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제는 이 기간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리스터는 환자들을 위문 온 어느 연주자가 “새 바이올린 줄이 아직 길이 덜 들어서 연주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힌트를 얻었다. 그는 곧 장선을 ‘길들이는’ 방법을 알기 위해 가죽공장을 찾았고, 가죽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크롬산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리스터는 결국 크롬산과 석탄산 혼합용액에 장선을 담그는 방법으로 수술용 장선 봉합사의 제조 기간을 이틀로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바이올린과 비슷한 옛 악기 키트(kit)와 소화관을 의미하는 거트(gut)가 합쳐져 변화한 말인 캣것(catgut), 즉 장선은 오늘도 내장의 봉합에 사용되고 있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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