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수퍼푸드

(2)올리브오일

조선일보사

헬스조선 편집팀

올리브오일, 지중해에서 우리 식탁으로 건너온 웰빙기름

아르노 계곡 중턱에 있는 ‘빌라 피티아나’(Villa Pitiana).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도 뛰어난 올리브와 올리브오일로 유명한 땅이다. 르네상스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에서 이곳 올리브밭을 사들이려고 눈독 들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올리브 수확은 11월중순부터 12월말까지

빌라 피티아나에서는 올리브 수확이 12월 말 끝마쳤다. 대략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인 올리브는 수확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는 노르스름한 초록색, 즉 올리브색을 띄다가 자주색을 거쳐 12월 말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수확한 올리브는 빌라 피티아나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인 ‘산타 테아 방앗간’으로 옮겨졌다. 인간과 말의 힘을 사용하던 구식 압착기는 기름과 전기를 사용하는 현대적인 기계설비로 바뀌었다. 그러나 원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올리브 열매에서 씨를 제거하고 과육을 자르고 다져 쥐어짜면 기름이 흘러나온다. 기름을 짜내는 온도는 섭씨 27도 이하로 유지한다. 산타 테아를 소유한 고넬리(Gonnelli) 가문의 딸이자 공장책임자인 프란체스카(Francesca)는 “27도 이상이면 생산량은 늘지만 맛과 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엑스트라 버진’이란

이렇게 짜낸 기름을 ‘버진(virgin) 올리브오일’이라고 부른다. 올리브오일은 크게 버진 등급과 그렇지 않은 등급으로 나뉜다.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OC)는 버진 올리브오일을 ‘올리브 열매에서 기계적 혹은 다른 물리적 방법만을 이용해 추출한 기름, 세척·원심분리·여과방법 이외 다른 어떤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은 기름’으로 정의한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오일’은 산도가 1% 미만인 최고급 올리브오일을 의미한다.

엑스트라 버진 외에 업체에 따라 ‘퓨어’(pure) 또는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라는 라벨이 붙은 올리브오일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엑스트라 버진’ 외에 ‘엑스트라 라이트’ 올리브오일을 판매하는 유니레버 ‘베르톨리’에서는 엑스트라 라이트를 “버진 올리브오일을 짜내고 남은 올리브에 용매를 이용해 기름을 추출한 뒤, 해로운 지방산을 없애기 위해 가열처리 한 뒤 엑스트라 버진을 일정 비율 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새 올리브가 기름으로 변해 기계 끝에서 흘러내렸다. 기름은 물과 과육 찌꺼기가 섞여 뿌연 초록빛이었다. 올리브 열매는 기름 25%, 물 60%, 소량의 당원질(glucoside), 섬유질로 구성된다. 기름은 빌라 피티아나로 다시 옮겨진다. 그리고 지하실에 있는 어른 키만한 항아리에 저장된다. 일주일쯤 지나면 물과 불순물은 가라앉고 기름은 뜬다. 그러면 또다른 항아리로 기름만 붓는다. 이렇게 두세 번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기름이 정제된다.

초록빛과 황금빛 올리브오일의 차이는?

올리브오일 시음은 와인과 비슷하다. 와인잔처럼 둥그스름하게 배가 나오고 입술이 오므라진 잔에 올리브오일을 따른다. 잔을 흰 테이블보나 종이 위로 기울여 색을 본다. 올리브오일 색깔은 짙은 올리브색에서 황금색까지 다양하다. 푸른 올리브를 짜면 초록색, 검은 올리브에서는 노란색 기름이 추출된다. 색이 품질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향을 맡을 차례다. 잔을 가볍게 돌려 올리브오일이 회오리치게 한다. 공기가 기름과 섞여 더 많은 향이 올라온다. 잔을 기울이고 코를 집어넣어 냄새를 맡는다. 신선하면서도 풋풋한 냄새, 고소한 냄새가 섞여있다.

마지막으로 올리브오일을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입술만 살짝 벌린다. 이 사이로 공기를 끌어들여 기름과 섞이게 한다. 기름을 입안 전체에 굴린다. 초록색이 진할수록 떫고 아리고 톡 쏘는 맛이 강하다. 이런 올리브오일은 “맛이 프루티(fruity)하다”고 표현한다. 노란색에 가까울수록 부드럽다.

시음을 마친 올리브오일은 뱉는다. 삼켜도 된다. 그러나 혀가 기름으로 코팅되면 다른 기름을 제대로 맛보기 어렵다. 그래서 얇게 저민 사과를 씹어 기름기를 제거하고 다음 올리브오일을 맛본다.

올리브오일은 수확시기, 올리브 종류, 생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빌라 피티아나 사장 알레산드로 베칼리(Alessandro Becagli)씨는 “갈수록 프루티한 올리브오일을 찾는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올리브 품종이나 생산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요즘은 국가는 물론, 어떤 지역 어떤 밭에서 재배했느냐까지 세세하게 구분해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올리브오일 최대의 적은 ‘산소’

올리브오일은 공기와 접촉해 산화하면 맛과 향을 잃는다. 올리브오일 권위자인 주제페 그라폴리니(Giuseppe Grappolini)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짜낸 뒤 9개월이 지나면 신선함을 잃기 시작합니다. 개봉하지 않아도 1년이 지나면 건초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산화된다는 증거죠. 1년 6개월이 지나면 신선함이 사라지고, 2년이 되면 완전히 산화돼 상한(rancid)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올리브오일은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좋다. 굳이 오래 두려면 페트병보다 공기투과율이 낮은 유리병이 낫다. 단 유리병은 무겁고 깨지기 쉽다. 빛과 열에도 민감하므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두면 뿌옇게 굳기도 하는데, 품질에는 상관 없다. 실온에 두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올리브오일 왜 좋나

올리브오일은 성인병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0%. 몸에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은 77%나 된다.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름보다 소화율이 높아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올리브오일이 ‘한국인의 수퍼푸드’로 선정된 이유들이다.

한국음식과 올리브오일 궁합맞추기

올리브오일은 특유의 들내 혹은 풋내 때문에 한국음식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서양에서는 엑스트라 버진은 열을 많이 가하지 않는 요리에 쓰면서 풍미를 즐기고, 엑스트라 라이트나 퓨어는 대개 볶음요리에 쓴다”면서 “이런 원리를 고려하면 올리브오일을 한국요리에 적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간장에 엑스트라 버진을 섞어 가래떡을 찍어먹거나, 겉저리김치에 살짝 넣으면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어요. 엑스트라 라이트나 퓨어에 고기를 재웠다 구우면 아주 부드러워요. 생선전에 쓸 생선살도 재워두면 좋구요. 녹두를 갈아 올리브오일과 섞어서 빈대떡을 부쳐도 맛있다고 해요.” 올리브오일은 발열점(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섭씨 180도로 낮은 편. 튀김에는 적합하지 않다.

 

올리브오일 등급&사용 

등급 설명 사용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산도 1% 미만 최상급 올리브오일(맛·향 가장 풍부) 샐러드 등 가열 않는 요리, 파스타 등 가벼운 볶음요리
파인 버진(Fine Virgin) 산도 1.5% 미만(엑스트라버진 짠 올리브 한 번 더 짠 것) 생선·닭요리·파스타 등 일반 요리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퓨어(Pure) 정제 올리브오일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섞은 것(맛·향 약함) 한국음식, 올리브오일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적합
 

 

※ 자료: 베르톨리, CJ

 

/ 토스카나[이탈리아]=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입력 : 2006.02.02 12:52 49'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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