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을 살리는 천연발효식품

자우어크라우트

전나무 숲

헬스조선


자우어크라우트


내가 처음 만들어본 발효식품은 자우어크라우트다. 뉴욕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자우어크라우트를 좋아했던 나는 시내에 있는 핫도그 가판대를 찾아가 겨자와 크라우트를 곁들인 핫도그를 먹고는 했다. 서전 아일랜드 드레싱과 자우어크라우트, 콘비프를 넣고 그 위에 녹인 치즈를 덮은 로이벤 샌드위치도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육류를 먹지 않게 된 후부터는 자우어크라우트도 많이 먹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일본식 사찰 음식에 뿌리를 둔 자연식을 먹게 되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자연식은 미생물이 살아 있는 된장이나 자우어크라우트처럼 소화를 도와주는 염장 음식들을 자주 먹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료가 한정되어 있는 일본식 사찰 음식은 대부분 곡물과 채소, 콩과 식물을 이용해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준비한다. 자연식을 먹게 되면서부터 매일같이 자우어크라우트를 먹었고, 만드는 법을 배운 후부터는 끊임없이 직접 만들어 먹었다.
『천연 발효식품』의 마지막 교정지를 보내고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자우어크라우트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양배추를 비롯한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싹이 긴 양배추, 겨자, 케일, 쌈케일, 청경채 같은 십자화과Brassicaceae 식물들은 오래전부터 암을 막아주는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왔다.
핀란드 연구진은 <농업 및 식품 화학 저널The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서 양배추를 발효시키면 그 속에 들어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가 항암물질로 알려진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s로 분해된다고 밝혔다.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에바 리사 리하넨은 “발효시킨 양배추가 생으로 먹거나 조리해서 먹는 양배추보다 훨씬 더 영양분이 많다는 사실, 특히 암을 이기는 영양분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우어크라우트를 유럽에 소개한 민족은 유목민족인 타타르 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채소를 이용한 발효식품을 즐겨 먹었는데, 타타르 인들이 이 음식을 보고 유럽으로 가져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우어크라우트는 독일어이며 불어로는 슈크루트choucroute이다. 유럽 전역에서 먹는 이 음식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 전쟁으로 피폐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는 통 속에 양배추를 통째로 넣고 발효시킨다. 러시아에서는 크라우트에 단맛을 내기 위해 사과를 넣는다. 자우어크라우트를 주식처럼 먹는 독일인들의 식습관은 잘 알려져 있어서 경멸적인 어조로 ‘크라우트’라 하면 독일인을 가리킨다. 미국이 독일과 전쟁을 할 때는 자우어크라우트를 ‘리버티 캐비지liberty cabbage’라고 부르기도 했다. 후에 ‘프리덤 프라이즈freedom fries’라는 말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주에 정착한 독일 이민자들을 ‘자우어크라우트 양키’로 불렀다. 『자우어크라우트 양키:펜실베이니아 독일인들의 음식과 조리법Sauerkraut Yankees: Pennsylvania-German Foods and Foodways』의 저자 윌리엄 워이스 웨버는 남북 전쟁 당시 자우어크라우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준다. “1863년 여름 펜실베이니아 주 체임버즈버그를 함락시킨 남부 연합군은 몹시 굶주려 있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주민들에게 자우어크라우트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불쌍한 군대는 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독일인들은 가을에 양배추를 수확해 겨울과 봄에 먹는다. “그곳 주민들 중 여름에 자우어크라우트를 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2 그러나 테네시 주였다면 봄 양배추를 6월이나 7월에 수확하므로 여름철에도 자우어크라우트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양배추를 발효시켜 자우어크라우트를 만드는 미생물은 한 종류가 아니다. 모든 발효 과정이 다 그렇듯이 자우어크라우트도 여러 미생물 사이에 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발효된다. 우세종이 끊임없이 바뀌는 산림 지대처럼 여러 미생물 종이 제시간에 맞춰 번식을 시작해야만 맛있는 자우어크라우트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번식해야 하는 세균은 대장균이다. 대장균이 산을 만들어야지만 류코노스톡속Leuconostoc 유산균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류코노스톡 균이 증식할수록 대장균의 개체 수는 줄어든다.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산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pH는 계속해서 떨어진다. 그 다음에 증식을 시작하는 세균들이 바로 락토바실루스속Lactobacillus 유산균이다. 이 세 종류의 세균이 연속적으로 증식하려면 발효식품의 산도가 계속해서 증가해야 한다.
세 가지 세균이 있어야만 발효가 된다고 해서 굳이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 이 세균들은 간단한 환경만 조성해주면 저절로 생긴다. 자우어크라우트는 정말 만들기 쉬운 음식이다.

소요시간
● 1~4주 또는 그 이상

필요한 도구
● 4ℓ 이상의 항아리나 플라스틱 양동이
● 항아리나 양동이 속에 딱 들어맞는 접시 또는 나무 덮개
● 물을 가득 채운 4ℓ짜리 단지 혹은 잘 닦아 한 번 끓인 돌덩이
●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덮을 천

재료
● 양배추 2㎏
● 소금 45㎖

만드는 방법
1. 양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취향에 따라 가운데 단단한 부분은 떼어내도 되고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나는 초록색 양배추와 붉은색 양배추를 섞어서 밝은 분홍색 자우어크라우트를 즐겨 만든다.
2. 다 썰었으면 커다란 그릇에 담는다.
3. 양배추 위에 소금을 골고루 뿌린다. 삼투압 현상으로 수분이 빠져나오면 소금물이 만들어지면서 양배추가 썩지 않고 발효하기 시작한다. 소금은 미생물의 증식을 막고 조직을 연하게 만드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아삭아삭한 질감이 그대로 남는다. 양배추 2㎏당 소금 45㎖ 정도를 뿌리면 된다. 내가 자우어크라우트를 만들 때는 소금의 양은 재지 않는다. 그저 양배추를 썬 뒤에 적당량을 넣고 흔들어줄 뿐이다. 여름에는 소금을 좀 더 많이 넣고 겨울에는 조금 적게 넣는다. 소금을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아도 자우어크라우트를 만들 수 있다. 염분 섭취를 꺼리는 사람을 위해 소금 없이 만드는 법도 뒤에 실었다.
4. 좋아하는 채소를 더 넣어도 된다. 나는 마늘, 양파, 해초, 녹색 잎채소, 싹이 긴 양배추, 작은 통 양배추, 순무, 사탕무 뿌리, 우엉 뿌리, 당근 등 좋아하는 채소를 마음대로 집어넣는다. 과일을 통째로 넣거나 썰어 넣어도 되는데 보통 사과를 많이 섞는다. 약초나 향신료를 집어넣어도 된다. 흔히 향신료는 소회향, 캐러웨이 씨앗, 셀러리 씨앗, 노간주나무 열매 등을 집어넣는데, 재료에 구애받지 말고 넣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넣어본다. 발효식품은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5. 재료를 모두 섞어 항아리 속에 넣는다. 주먹이나 주방 도구로 평평하게 다져가면서 조금씩 여러 차례 나누어 넣는다. 그런 식으로 다져놓으면 양배추 속의 수분이 더 잘 빠져나온다.
6. 덮개로 크라우트를 덮고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준다. 양배추가 소금물에 잠기게 하고 양배추 속의 수분이 더 잘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7. 먼지와 파리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항아리를 천으로 완전히 덮는다.
8. 생각날 때마다, 적어도 몇 시간마다 한 번씩 소금물이 덮개 위까지 올라올 정도로 꾹 눌러주어야 한다. 양배추에 들어 있는 수분은 아주 천천히 빠져나오기 때문에 24시간 정도가 지나야 완전히 절여진다. 양배추 중에는 원래 수분이 별로 없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늙은 양배추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소금물이 덮개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충분히 잠길 만큼 소금물을 더 넣어주어야 한다. 이때 소금물은 물 250㎖당 소금 15㎖를 넣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잘 저어 만든다.
9. 발효가 될 때까지 항아리를 그대로 놔둔다. 나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거치적거리지 않는 부엌 한 구석에 보관하지만 누구나 그럴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 천천히 발효되기를 원한다면 차가운 지하실에 보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은 크라우트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부피는 계속해서 줄어든다. 간혹 표면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곰팡이는 공기와 접촉하는 표면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다른 요리책에서는 대부분 이 곰팡이를 찌꺼기라고 하지만 나는 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곰팡이가 피었을 때는 표면만 살짝 걷어내면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전체를 버릴 필요가 없다. 크라우트는 산소가 있어야만 자라는 세균을 막아주는 소금물 속에 잠겨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11. 가끔 살짝 맛을 본다. 발효가 시작되고 며칠 정도 있으면 톡 쏘는 맛이 나기 시작하고 발효가 진행될수록 그 맛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겨울철에 지하 저장실에 놓아두었다면 몇 달이 지나야 발효가 완전히 끝난다. 여름철이나 온도가 아주 높은 장소에 보관하면 발효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너무 뜨거운 곳에서 발효시키면 조직이 연해지고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냄새가 난다.
12. 이제 먹으면 된다. 나는 보통 커다란 그릇이나 단지에 가득 퍼 담은 뒤 냉장고에 넣어둔다. 나는 이제 막 만든 크라우트부터 몇 주가 지나 다양한 형태로 숙성되는 크라우트까지 그때그때 진화해가는 크라우트의 맛을 즐긴다. 크라우트를 다 먹으면 그릇에 남아 있는 국물을 한번 마셔보자. 이 국물은 정말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이다.
자우어크라우트를 퍼낸 다음에는 언제나 조심해서 다시 밀봉해두어야 한다. 표면이 평평해지게 꾹꾹 눌러준 다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꼭 막아야 하며, 덮개와 눌러주는 물체는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소금물이 증발해서 자우어크라우트가 잠기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 소금물을 더 부어준다. 크라우트를 깡통에 담아 가열해서 보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먹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자우어크라우트의 힘은 대부분 살아 있는 생명력에서 나온다. 그러니 굳이 그 생명력들을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발효시킨 자우어크라우트를 다 먹기 전에 새 자우어크라우트를 담는다. 일단 항아리에 남아 있는 자우어크라우트를 모두 다른 곳에 옮겨 담은 후 그 속에 새로 절인 양배추를 차곡차곡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옮겨놓은 크라우트와 국물을 붓는다. 그렇게 하면 새로 담을 자우어크라우트를 훨씬 더 빨리 발효시킬 수 있다.

■■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감행하기 위해 유엔 표결에 부쳤을 때 프랑스가 비토권을 행사한 데 대한 반감의 표시로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를 ‘프리덤 프라이즈’로 바꿔 불렀다. 마찬가지로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국인들은 독일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우어크라우트’를 ‘리버티 캐비지’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핫도그’로 개명해 부르기도 했다.

■■ potential of hydrogen. 용액의 산성도나 염기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범위는 보통 0에서 14까지로 나타낸다. 순수한 물의 pH는 7이며 이때를 중성, 이보다 작으면 산성, 크면 알칼리성으로 분류한다.

 

         <관련서적 안내>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저자는 발효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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