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세균과 비만 비만균 '퍼미큐테스'… 지방 과하게 생성시켜 비만 유도 유익균 '박테로이데테스'… 지방 분해 활성화, 체중 감소 기여 장내세균 균형 맞춰야 장 건강
'살 찌는 체질'이 장내세균 때문일 수 있다. 온갖 방식의 다이어트를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 했다면 장내세균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장내세균은 영양분의 소화·흡수, 면역, 호르몬 분비 등에 관여해 여러 작용을 한다. 장내세균 환경이 안 좋으면 적게 먹어도 살이 잘 찌고, 비만해지기 쉽다.
◇살 잘 찌우는 장내세균 있어
'퍼미큐테스'라는 장내세균은 지방의 대사와 흡수율을 높인다. 지방이 몸에 잘 축적되게 하는 것이다. 이 미생물이 많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반대로 '박테로이데테스'라는 장내세균이 많은 사람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이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06년 장내세균총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고든 교수팀은 12명의 비만환자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다이어트 식이요법(탄수화물 제한, 지방 제한)을 진행하면서 장내세균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이어트 시작 전에 비만한 사람들은 마른 체형의 사람들에 비해 박테로이데테스균이 적고 퍼미큐테스균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성을 보였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살이 빠지자 마른 체형의 사람들과 유사하게 박테로이데테스균이 많아지고 퍼미큐테스균이 점차 줄어들었다.
학계에 따르면, 퍼미큐테스는 장내 유해균 중 하나로 몸속 당분 발효를 촉진시켜 지방을 과하게 생성하게 한다.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준다. 반대로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체내 지방 연소 및 체중 감소에 기여한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퍼미큐테스와 달리 혈당 감소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내 혈당도 떨어뜨린다. 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서 살이 잘 찌지 않게 돕고, 지방 분해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상 체중의 쥐에게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의 장내세균을 각각 이식했다. 그 결과, 뚱뚱한 사람의 균총을 이식한 쥐는 비만이 된 반면, 마른 사람의 균총을 이식한 쥐는 체중이 감소했다.
◇장내세균, 기억력과도 연관
장내세균은 비만뿐 아니라 신체 여러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화기관과 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신경세포와 면역경로인 '장-뇌 축'으로 연결돼 있다. 자폐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에 장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 진단을 받은 남녀 128명(평균 연령 74세)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세균총의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균이다. 해당 연구진은 "장 속 환경을 개선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중요
장내세균의 분포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유전·식습관·생활습관 등에 따라 개인별로 다양한 군집 구조를 갖는다. 장내세균의 군집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지문처럼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녔으며, 이 차이에 의해 신체 건강이 좌우된다.
장내세균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평소 마이크로바이옴에 신경 써야 한다. 장내 유익균의 수를 늘리고 유해균의 수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인데,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게 한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균총의 분포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장내 유익균의 증가, 유해균의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장내 균총의 정상화를 돕는다. 장에서 젖산을 분비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산성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유해균은 감소하고 유익균은 증가함으로써 장내 균형을 맞춰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체지방 줄여주는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체지방 감소 기능성을 가진 프로바이오틱스가 개발됐다.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HY7601+KY1032'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HY7601),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KY1032) 2종 균주의 복합물이다. 식약처로부터 '장 건강'과 '체지방 감소'라는 다중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정착해 지방세포의 합성을 억제하며 장내세균총을 변화시켜 근본적으로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원리다. 인체 적용 시험을 통해, 과체중인 한국인 남녀 12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하루 100억 CFU의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을 섭취하게 한 후 다이어트와 관련한 6가지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체지방률, 체중, 복부지방면적, 피하지방면적, BMI(체질량지수), 체지방량의 유의적 감소를 확인했다. 제지방량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제지방량은 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양으로 근육, 무기질, 수분 등을 포함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근육이나 수분의 감소 없이, 체지방만 빠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