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한 후 ‘폭식했다’는 표현을 쓰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는 행위를 ‘폭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폭식은 일정 시간 동안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반복적으로 먹을 뿐 아니라, 이를 알면서도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정신건강의학에서는 폭식 후 구토나 설사약 복용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폭식증’ 또는 ‘신경성 폭식증’ 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식사량만으로 폭식증을 의심하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국민정신건강정보포털에서 안내하고 있는 폭식증 진단 기준과 특징들에 대해 알아본다.
반복적인 폭식·빠른 식사
신경성 폭식증이 있을 경우 짧은 시간(약 2시간) 내에 과도한 양의 음식을 빠르게 먹는다. 본인의 이 같은 폭식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폭식을 할 때면 당분이 높은 고지방 제품을 주로 먹고, 수천 칼로리를 섭취하며, 주로 충동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죄책감, 자기비하, 두려움 등을 겪을 수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한 잘못된 보상 행동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을 뿐 아니라, 폭식 후 체중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한다. ▲구토(자의적) ▲설사제·이뇨제·관장제 등 약물 오용 ▲굶기 ▲과도한 운동 등이 해당된다.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 주기가 보통 3개월 내 주 1회 이상 나타난다. 실제 많은 신경성 폭식장애 환자들은 이 같은 보상행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조절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소화기 질환, 혈액 내 전해질 불균형, 무월경, 심장·콩팥 질환, 치아 법랑질 손상 등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체중·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
신경성 폭식증은 체중이나 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과 충동성이 공존할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을 참다가 다시 폭식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실제 폭식증 환자들은 폭식 후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와 우울감, 불안 등을 토로하기도 한다.
‘폭식장애’와 차이는?
유사한 증상으로 인해 신경성 폭식증을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장애 ▲클라인-레빈 증후군 ▲경계성인격장애 등과 혼동할 수 있으나, 이들 질환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폭식과 구토가 다른 시기에 나타나지만,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주기적으로 폭식 후 연이은 구토를 한다. 저체중인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와 달리, 정상 또는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흔히 폭식장애와 폭식증을 헷갈리기도 하는데, 폭식장애는 구토, 약 복용 등 체중감량을 위한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하지 않는다. 유전 질환인 ‘클라인-레빈 증후군’ 환자 또한 섭식행동 장애를 보이지만, 체형이나 몸무게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경계선인격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충동적으로 식사를 많이 할 수 있지만, 인격장애 환자는 이외에도 다양한 대인관계 문제 등을 동반한다.
한편, 신경성 폭식증은 잘못된 식습관, 체중감량 방법으로 인해 식이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병을 숨기지 말고 정신건강 전문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담·치료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