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꾸벅꾸벅, 내 몸에 무슨 일이...

|2008/02/25 17:18


취업 재수생 장연희(27)양은 요즘 하루에 12시간 이상 잠을 자고 있다. 때로는 20시간 가까이 자기도 한다. 잠뿐만이 아니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부쩍 줄었다. 자신이 나태해져 가는 모습에 부모님들을 볼 면목도 없지만 쏟아지는 잠은 어쩔 도리가 없다. 대학원 졸업 후 2년 가까이 구직활동 중인 장 씨는 곧 취업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달리 취업에 실패할 때마다 절망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지난해 후반부터는 원서조차 제대로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 때문인지 평소에 잠이 많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잠이 늘더니 이제는 낮이고 밤이고 자도 자도 모자란 잠을 주체 못할 지경이다.
지나치게 잠이 많이 와서 낮에도 졸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과수면증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심한 스트레스다.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심정이 강할 때 오히려 잠을 많이 자게 되는 것이다. 흔히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불면증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지만 반대로 과수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나 잠의 질이 좋지 못한 경우, 야간 업무를 하는 경우, 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과수면증 나타날 수 있다. 질병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거나 간질환, 만성폐질환, 심한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을 때도 자주 나타난다.

드문 경우지만 클라인레빈증후군 환자는 1년에 몇 차례 1~2주 정도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과면증은 주로 10~20세 사이의 남자에게 발생하는데 밤에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낮에 졸립고 평소보다 많이 먹을 뿐 아니라 우울증과 기억력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을 시작할 때나 월경 직전에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수면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수면발작(Narcolepsy)이다. 특히 낮에 깨어 있다가도 잠이 쏟아지거나 순간적으로 잠에 빠지는 수면발작 증세인 기면(somnolence)과 갑작스럽게 모든 근육의 긴장도가 없어지는 탈력발작이 나타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증세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혹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운전 중에도 일어날 수 있다. 수면발작은 단순히 잠이 모자라 낮에 졸게 되는 증상이 아닌 병적인 상태이다. 심한 경우에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 움직일 수 없는 마비가 나타나거나 수면에 들어가면 나타나는 환각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유전성향이 있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으며 뇌종양이나 뇌염, 뇌종중, 뇌외상 등도 가능하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고 단순히 잠자는 시간의 양이 부족하거나 지나친 것뿐이 아니다”라며 “수면 시간이 충분했다 해도 본인이 푹 잤다는 느낌이 없고, 늘 수면부족으로 인해 피곤함을 느낀다면 그 역시 수면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