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비만 ②]간헐적 단식·저탄고지… '유행 다이어트' 뒷면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2021/03/09 07:30

단기간 효과 있지만 지속 가능성 불투명

▲ 간헐적 단식은 소식의 장점을 얻을 수 있지만, 단식 후 과식·폭식 위험이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위험이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헬스조선 DB

'다이어트 좀 한다'하는 다이어터들은 유행하는 다이어트법에 혹한다. 코로나로 체중이 갑자기 불었다면 쉽게 살을 빼는데 눈길이 더 간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는 다이어트법은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탄수화물은 최소화, 지방은 많이)’가 대표적이다. 이들 다이어트법은 체중 감량이 쉬운 것은 물론, 당뇨병·암까지 개선한다는 연구도 있다. 정말 그럴까?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창범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대부분 동물 실험이나 소규모 임상시험 연구”라며 “오히려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저혈당 등 부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무턱대고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이재혁 교수(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는 "다이어트는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유행 다이어트법을 보면 단기간 체중감량 효과가 좋을지는 몰라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 “결국 소식 효과”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12~16시간 단식 외에도, 격일 단식, 3일에 하루씩 단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다이어트법이다. 특정 시간에만 음식 섭취를 할 수 있어 ‘시간제한 다이어트’라고도 불린다. 간헐적 단식은 주로 동물 연구에서 대사 이상을 교정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3주 동안 격일로 단식을 하는 쥐실험 연구에서 간헐적인 단식은 동등한 칼로리 섭취량을 보이는 지속적인 단식 방법과 비교해 인슐린 감수성, 인지기능, 심장 보호, 수명 등에서 비슷하거나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반대의 연구도 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쥐의 경우 간헐적인 단식이 도리어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시켰고, 죽상경화증 발생을 악화시켰다. 만성질환에 따라 간헐적인 단식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관찰한 연구도 있다. 107명의 30~45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25%의 칼로리 제한을 하면서, 한 그룹은 간헐적 단식을 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칼로리 제한 식이를 하게 했다. 두 그룹 모두 체중 감소, 인슐린 감수성 및 기타 건강 관련 표지자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는 단식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칼로리 제한의 효과라고 밝혔다. 간헐적 단식의 장점이 아니라 소식(小食)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 저혈당 발생 위험 높아
간헐적인 단식은 건강한 성인이라면 라이프스타일(저녁 단식이 쉬운 사람 등)에 따라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당뇨병 환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은 첫째로, 저혈당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경구약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 장시간의 금식이 저혈당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둘째로, ‘식단의 제한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오해로, 허용된 시간에 과식이나 폭식을 하거나 당지수가 높은 음식들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돼 오히려 혈당 조절이나 체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장 질환이 있는 경우 장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소화기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요법은 평생을 두고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창범 교수는 “간헐적 단식으로 한두 끼만 섭취하면 대개는 폭식을 하게 된다”며 “일시적으로는 체중이 감량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중단하게 되면 그 전보다도 더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는 가장 좋은 식사요법은 하루 세 끼를 때에 맞춰 먹되,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식 위주의 식단과 더불어 양질의 단백질을 적절하게 먹는 것이다. 칼로리는 하루 500kcal 덜 먹도록 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에서 비만으로 인한 체중 관리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간헐적 단식법보다는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하여 하루 세끼를 적절하게 섭취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식사요법’이라고 밝혔다.

▲ 케톤식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량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기 때문에 식욕 감소가 생길 수 있다.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 체중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들에 따르면 단기간에 체중 감량 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와 차이가 없었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삼겹살을 먹으면서 살 뺄 수 있다는 ‘저탄고지’
수년 전 한 방송에서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대해 소개된 뒤 그야말로 ‘저탄고지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은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만 하면 삼겹살, 버터 등을 지방이 가득한 식품을 배부를 때까지 실컷 먹고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저탄고지는 원래 간질 환자를 치료할 때 쓰이던 식단 ‘케톤식(지방을 많이(60~90%) 먹고 탄수화물을 조금만(0~10%) 먹는 것)’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케톤식은 포도당 대신 지방으로부터 공급되는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식사다. 케톤체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하루 총 에너지 섭취의 10% (1일 20~50g) 미만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탄수화물 적정 섭취 비율은 하루 섭취 에너지의 55~65%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 식사임을 알 수 있다.

◇초반에 체중 잘 빠지지만 1년 지나면 차이 없어
케톤식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량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기 때문에 식욕 감소가 생길 수 있다.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 체중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들에 따르면 단기간에 체중 감량 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와 차이가 없었다.

케톤식과 전통적인 칼로리 제한식의 효과를 비교한 6개월 연구에서 케톤식의 체중 감소 효과(-11.1 kg vs.-6.9kg)가 더 뛰어났다. 그러나 1년 이상 봤더니 두 그룹 간 체중 감소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다. 아주대병원 영양팀 이연희 파트장은 “다이어트 목적으로 한가지 영양소를 과잉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게 되면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 섭취도 함께 감소하게 되며 이로 인해 빈혈, 변비, 탈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케톤식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추천 안해
간헐적 단식과 마찬가지로 당뇨병 환자의 케톤식도 추천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대규모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연희 파트장은 "단기간 케톤식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식사요법과 비교해 이점이 뚜렷하지 않으며 장기간 지속 시 안정성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며 "체중감소와 혈당 개선을 위한 최적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 식사를 무리하여 시도하기보다는 총 에너지 섭취의 45% 이상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적절한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고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