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민 전화, 한밤에 몰리는데… 상담원은 낮의 '반토막'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20/09/23 16:58

▲ 극단적 선택(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이 전화하는 보건복지부'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한밤에 몰리는데, 근무인원은 정작 낮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극단적 선택(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이 전화를 거는 보건복지부'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한밤에 몰리는데, 근무인원은 정작 낮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이와 같은 자료를 23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하루 중 가장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온 시점이 오후 11시부터 새벽 1시다. 오후 11시부터 자정(밤 12시)까지가 7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0~1시 사이가 708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전화에도 불구하고, 근무 상담원은 낮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응대실패율이 오후 11시~12시 73%, 0~1시 71%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전화센터는 4조 3교대(오전 7시∼오후 4시, 오후 2시∼오후 10시, 오후 10시∼오전 7시) 근무로 돌아간다. 겹치는 시간대인 오후 2∼4시에는 18명이 투입되는데 정작 취약시간대인 오후 10시 이후에는 9명만 근무한다. 지난 8개월간 오후 2∼3시에 걸려온 상담전화는 3952건, 오후 3∼4시에는 4302건으로 파악됐다. 근무자가 많다 보니 응대 실패율도 각각 31%와 55%로 크게 낮았다.

자살예방상담전화센터는 비상시 경찰과 소방에 연락해 출동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월평균 약 297건의 출동이 있었는데, 올해는 8개월간 월평균 약 320건으로 약 8% 늘었다. 코로나 블루 탓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복지부에서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자체가 격무라 상담사가 자주 바뀌는 등 고충이 적지 않다고 호소했다.

강선우 의원은 “코로나 블루로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자살 예방을 위한 인력 확충과 운영체계 확대 개편 등 방향 설정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며 “상담원에 대한 정신과 진료 및 심리 상담 역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살 충동이 잦을 때는 우울증을 의심하고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게 좋다. 평소에는 햇볕을 많이 쬐고, 운동하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