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생존율, 10년새 3배로 높아져… 10명 중 7명이 정상 생활 가능 표적항암제 '글리벡' 효과 덕분, 2세대 신약도 부작용 크게 낮춰
제조업을 하는 최모씨(39·경기 성남시)는 2001년 살이 많이 빠지면서 무기력증에 시달렸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6개월 후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죽음을 떠올리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을 다잡고 투병했다. 치료 부작용으로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2년 만에 그는 "암 유전자가 사라졌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백혈병은 암세포로 변형된 백혈구가 과도하게 늘어 생기는 혈액암 중 하나다. 백혈병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약만 잘 먹으면 당뇨병처럼 관리하면서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만성 골수성백혈병 생존율 10년새 3배 늘어
백혈병은 '이상(異常) 백혈구'가 늘어나는 경과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이 중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생존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인 2001년 30%에 불과하던 5년 생존율이 지난해 90%로 높아져 3배가 됐다. 사망율도 20%대에서 1%로까지 낮아졌다.(2001~2008년, 16개국 1106명 대상 연구 결과)
국내 환자 363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 연구에서도 7년 동안 71%(258명)가 치료에 성공해 지금까지 건강하게 치료받고 있다.(그래프 참조)
김 교수는 "이렇게 치료 성적이 높아진 것은 이매티닙 성분의 글리벡 덕분"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글리벡은 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표적항암치료제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약만 잘 먹으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부작용 줄인 2세대 신약 효과 커
김동욱 교수 연구에 따르면, 치료를 중단한 29%(105명)의 환자 중 61%는 약 내성 등 때문에 치료에 실패한 경우였다.
김 교수는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부작용이 생기자 마음대로 약을 중단하거나 줄인 탓에 내성이 생긴 경우"라며 "항암제를 의사 지시대로 잘 챙겨 먹는 것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2세대 신약들이다. 스프라이셀(성분명:다사티닙), 타시그나(닐로타닙), 슈펙트(라도티닙) 등이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1차 치료제로도 보험적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약들은 글리벡의 부작용을 30~50% 낮췄으며, 암 세포 흡착력도 뛰어나 초기부터 사용할 경우 병의 경과가 더 좋고 치료율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약 때문에 근육강직, 피로 등의 부작용이 생겼을 때는 생활 관리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가 권하는 부작용 대처법을 이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안구 출혈=눈이 새빨개지긴 하지만 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선글라스로 해결한다. ▷피로=빈혈이 원인이라면 적절한 약을 처방 받는다. ▷부종=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칼륨(바나나, 살구 등)과 섬유질 중심으로 식단을 짠다. ▷속쓰림=약 먹은 후 2시간은 눕지 말고 과식을 피한다. ▷근육통·근육경직=약 복용 두 시간 전에 칼슘제를 복용하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