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넘어선 식중독 지수… 주범을 공개합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2008/06/03 16:26

식중독 전쟁은 시작됐다 외식·급식 늘면서 식중독 발병 대형화 고속도로 휴게소, 매달 불시 감시받아 롯데, 위험 큰 양념 게장·꼬막·시금치 연어 샐러드·두부조림 등 판매 중단


"저기 매대(賣臺)에 있는 김밥이랑 햄버거 빼내!"

경부고속도로 ○○○ ○○ 휴게소 편의점. 한국도로공사 위생 감식원들이 들이닥쳤다. "샌드위치 냉장고에 바로 넣어야 하는 것 모르셨어요? 여기 '냉장 18도 보관' 이라는 문구 안보이세요?" 같은 시간, 또 다른 감식원은 주방을 '습격'했다. "최 팀장! 저기 조리사 손바닥에 검체(檢體) 시험지 찍어!" 몰래 손을 씻으러 도망가던 조리원이 감식원에게 붙잡혀 손바닥 도장을 찍어야 했다. 감식팀 고건웅 차장은 "식중독이 급증하고 있어 각 고속도로 휴게소로 불시에 감시를 나가고 있다"며 "만약 식중독 균이 검출되면 그 정도에 따라 해당업소에 벌금을 물게 하고 심하면 영업취소까지 시킨다"고 말했다.

'식중독 전쟁'이 시작됐다. 식중독 예보지수는 이미 50(식중독 경고)을 넘어섰고, 식중독 집단 발병 소식도 벌써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박기환 교수는 "식품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낮기 때문에 무더운 7~8월 못지않게 5~6월에도 식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식품위생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외식·급식이 늘어나면서 식중독 발생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중독예방관리팀 김종수 사무관은 "최근 '생쥐깡'과 AI, 광우병 파동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먹거리 안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급식소, 편의점,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식품 유통업체들이 잘못했다 꼬투리라도 잡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프레시웨이(전 CJ 푸드시스템) 등 급식업체는 지난 2006년, 약 2주 동안 3000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급식대란(大亂)'의 악몽 때문에 특히 긴장을 한다. 그 때 이후 CJ 프레시웨이는 자체 식품안전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내 최초로 식중독 원인 균 중 하나인 '노로바이러스균 검출기'를 도입했다. 또 '식중독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식중독 사전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식 재료나 지하수 상태 등에 대해 두 달에 한 번씩 자체 위생 관리팀에서 30분에서 길게는 6시간 동안 점검, 감시하고 있다. 이 회사 위생안전팀 성현규 팀장은 "지하수 분석 주기 등 일부 항목의 내부 규정은 식약청 기준보다 까다롭다"고 말했다. 또 자체 내규로 하절기(3~10월)에는 '금지 메뉴(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닭살냉채)'와 '금지 식 재료(조개류, 홍어, 가오리, 연어, 초밥, 생선알, 미더덕, 멍게, 순두부 등)'를 정해놓고 있다.


급식업체 아워홈도 기온이 상승하는 하절기에 식중독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어패류, 젓갈류, 생선알류, 갑각류, 계란 등의 사용을 줄이고 있다. 아워홈 위생안전팀 변미영 팀장은 "손이 많이 가는 보쌈류, 닭살을 찢어 만드는 메뉴 등은 2차 오염 위험성이 있고, 가열했다 식히는 등 상온에서 시간이 소요되므로 가능한 한 식단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도 예외는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육회, 양념 게장, 생크림, 생크림 빵으로 4개였던 하절기 판매금지 품목을 올해 초밥, 훈제연어, 새우, 한치를 추가해 8개로 확대했다. 또 식약청에서 발표하는 식중독 지수를 매일 체크해 각 매장 위생관리책임자에게 통보하고, 이 지수가 50 이상 (식중독 경고)올라가는 날에는 판매시간을 줄이고, 즉석섭취·편의식품에 '구입 후 2시간(혹은 4시간) 이내 반드시 섭취하세요' 라는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하절기(5월 2일~9월 30일) 식중독 발생 우려 품목 9가지(한치 회덮밥, 오징어 회덮밥, 양념 게장, 꼬막, 숙주나물, 시금치, 연어 샐러드, 연어 샌드위치, 두부조림) 판매 중단을 시작했다. 아울러 생선회, 생선 초밥, 캘리포니아롤, 김밥류 등은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 온도를 유지시키는 보냉(保冷)팩을 사용해 판매한다.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를 비롯한 편의점들도 식품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유통기한이 만 하루가 이내인 상품들에 한해 '타임 PLU 시스템'을 도입, 만 하루가 지나면 바코드기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바코드를 읽지 못해 계산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GS25는 5월부터 상품의 샘플을 채취해 위생상태를 체크하는 것을 월 1회에서 월 2회로 강화했다. 또 바이더웨이의 경우에는 최근 닭고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5월부터 삼각김밥 중 이들을 원료로 한 제품 3개를 다른 품목으로 교체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비상이다. 한국도로공사 지역본부에서는 분기마다, 지사본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각 휴게소로 불시 감시를 나가 김밥, 햄버거, 우동 등 국물류 등을 현장에 진열해 놓은 상태에서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하고 있다. 특히 하절기(3~10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정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감시가 강화된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강희정 소장은 "우리 휴게소만 해도 한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수원지사본부, 식약청, 서초구청 위생과, 서울시청 위생과 등 5개 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다"며 "일단 감시원이 나오면 시험지나 시험관으로 조리원의 손바닥, 행주, 칼이나 도마와 같은 조리도구를 검사한다"고 말했다. 용인 죽전휴게소에서는 식중독 지수를 알리는 '식중독 지수 게시판'과 직원들이 손을 씻을 때마다 횟수가 기록되는 '일일 손 씻기 보도판'이 매장마다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