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레이션 요법 치매·암 등 예방효과 입소문 국내 150여 병원서 시행 중
혈관 속에 쌓인 중금속 등 노폐물을 빼내 노화를 늦춰준다는 ‘킬레이션 요법(chelation therapy)’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동맥경화, 중풍, 치매, 두통, 발기부전, 피부 노화, 암, 퇴행성 관절염 등 거의 모든 병을 극적으로 개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이 요법은 5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국내에는 2001년 도입됐다. 이 요법에 필요한 약제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금까지 이 치료를 받은 사람이 100만 명을 넘는다”며 “현재 국내 의원 150여 곳에 요법에 사용되는 약제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은 간단하다. 3~6개월간 주 1~5회 병원을 방문해 2시간 정도 수액을 맞으면 된다. 수액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중금속 중독 치료제로 승인한 EDTA (ethylene diamine tetra-acetic acid) 약제와 비타민 등 영양제가 들어있다. 수액을 맞는 동안에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 섭취, 하루 2000㏄ 이상 수분 섭취, 금연, 규칙적인 운동, 과로 피하기 등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된다.
정말 효과가 있나?
킬레이션의 효과를 지지하는 의사들은 정맥주사를 통해 몸 속에 들어간 합성 아미노산인 EDTA 약제가 혈액 속 납 등 중금속과 결합, 혈중 중금속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고 주장한다.
중금속이 제거되면 동맥경화, 암, 관절염 등의 원인인 유해 산소가 줄어 노화진행이 늦춰지고, 혈액 순환이 잘돼 심장마비, 뇌졸중, 통증 등이 줄어든다는 것. 광주광역시 나눔재활의학과 박병권 원장은 “요법을 받는 기간 동안 과음, 폭식, 과로 등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사들은 “아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빈약하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나온 연구들은 소수의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아직 객관적 타당성을 인정 받기에는 요법의 시행기간과 추적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서울아산병원 일반내과 이은주 교수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증상이나 느낌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주관적 감정”이라며 “객관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혈관에 쌓인 칼슘을 제거해 동맥경화를 개선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혈관벽에 쌓인 칼슘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아닌, 동맥경화로 인한 부산물이므로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부산물만 제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위험할 수 있다. EDTA와 결합된 중금속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요법을 시행하는 병원들은 미리 환자의 신장기능을 측정해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오면 환자를 돌려보낸다. 이 요법을 시행하는 의사들은 신장만 조심하면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울산 김내과 항노화클리닉 김재훈 원장은 “수십명의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킬레이션 요법을 실시하고 동맥경화 진단기로 측정한 결과 동맥경화 경직도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가족들에게도 이 요법을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혈액 속 칼슘 등을 함부로 줄이면 저칼슘증, 부정맥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논란이 거듭되자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3년부터 2000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올해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비용 부담
1회당 10만~15만원으로 평균 20회만 실시해도 200만~300만원 가량 든다. 핵심 약제인 EDTA가 전체 비용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요법을 시행하는 의사들은 이 치료법으로 혈관상태가 좋아지면 수천 만원 비용을 들여 심장수술을 할 필요가 없어지거나,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으로 오랜 기간 약을 먹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요법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비싼 치료비를 책정, 환자들에게 뭔가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 같은 과도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