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사
장기매매 위해 환자 살해한 의사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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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 일당이 공금을 지속적으로 가로채 빼돌린 탓으로 이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병원에 투입되는 국가예산은 매년 2500만 달러나 됐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벌거벗은 채 신발도 없이 방치돼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당초 횡령사건에 초점을 맞추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환자의 수가 다른 정신병원에 비해 유난히 많았던 것이다. 조사 결과 40여명의 의사가 13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이 병원에서 1976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1321명이 사망하고 14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관들은 사망이 확인된 몇몇 환자의 특정 부위가 훼손된 경우를 발견했다. 전신마비로 장기간 입원해 있었던 16세 소년은 안구가 없는 시체로 병원 근처 우물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소년의 가족들은 병원 측으로부터 “소년이 병원에서 도망쳤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병원 주변에서 더 많은 사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실종된 환자들 상당수가 산체스 와 그 추종자들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체들의 훼손 상태는 산체스 일당이 각막 등 이식용 장기매매를 위해 환자들을 죽였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산체스는 환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자신이 개인적으로 경영하는 병원의 혈액은행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 끔찍한 사건의 배경에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빈부격차와 양극화된 의료제도라는 복잡한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적 의료시장에서 고액으로 거래되는 이식용 장기를 직접 생산(?), 판매까지 한 산체스의 경우는 첨단의료가 부패한 사회와 만났을 때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