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가기 전 잠부터 자라”
우창윤 원장이 밝히는 ‘살찌는 몸’의 비밀
배달 앱을 켜면 30분 안에 음식이 도착하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다 잠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부터 찾는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면 생활 리듬과 대사 균형이 무너지고 몸은 에너지를 더 쉽게 저장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체중이 늘거나 몸 상태가 나빠지면 원인을 ‘생활 환경’보다 ‘의지’에서 찾는다. 다이어트 역시 여전히 ‘덜 먹고 더 움직이는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우창윤 원장은 이러한 접근이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은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살찌지 않는 몸’에는 무너진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한 그의 고민이 담겼다. 우 원장을 만나 현대인의 몸과 비만, 살찌지 않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살찌지 않는 몸의 비밀, 대사에 있다
-최근 ‘살찌지 않는 몸’을 출간했다. 집필 계기는?
“그동안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여러 대사질환 환자를 진료했다. 대학병원에 있다 보니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환자를 많이 만났다. 당뇨병, 심근경색, 뇌졸중 이런 질환은 10~15년 전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다. 질환이 많이 진행된 뒤에는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살찌지 않는 몸’이란 어떤 몸인가?
“단순히 마른 몸이 아니라 대사적으로 안정된 몸을 의미한다. 대사 건강이 좋으면 혈당 변동 폭이 작고 식욕을 조절하기가 훨씬 쉽다. 자연스럽게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반면 살찌는 몸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몸이 아니라, 배고픔 자체가 다른 몸이다. 이런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잘 활용하지 못한다.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뇌는 음식을 먹으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다.”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많은 사람이 살이 찌고 요요가 반복되는 이유도 모른 채 다이어트를 지속한다. 다이어트에 앞서 이 책을 자기 몸을 이해하는 하나의 계기로 활용하면 좋겠다. 다만 읽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책에 있는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표지에 있는 ‘4주 만에 만드는 평생 살찌지 않는 몸’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정말 4주 안에 몸이 바뀔 수 있을까?
“유의미한 변화를 관찰하기에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이 ‘4주’라고 생각했다. 의지에만 기대는 다이어트는 좋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의지는 쉽게 소모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파민이다. 내가 한 행동이 기대 이상의 보상으로 돌아오면 그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 책에 비교적 실천하기 쉽지만, 대사 건강 개선 효과가 큰 방법들을 담았다. 2주 정도만 실천해도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경험하면 다이어트가 의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속하는 삶의 방식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대사 건강 무너뜨리는 세 가지 핵심 요인
-책에서 비만을 이해하는 틀로 ‘3M’을 제시했다. 어떤 개념인가?
“비만의 원인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원인을 찾기보다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량부터 늘리려고 한다. 그러면 지속하기 힘들뿐더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저는 비만을 이해하는 틀로 식사(Meal), 움직임(Mobility), 마음과 수면(Mentation)이라는 ‘3M’ 프레임을 제안한다. 이 프레임을 활용해 핵심 원인을 파악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부터 실천해 나갈 수 있다.”
-3M 중 수면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면?
“생각보다 수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스스로 버틸 만하다고 느껴도,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식후 혈당이 더 크게 오르고 고열량 음식에 대한 갈망도 커진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근육이 줄고 내장지방은 늘기 쉬운 방향으로 몸이 바뀐다. 비만 위험뿐 아니라 치매 위험도 커진다. 즉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몸과 뇌,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건강 요인인 것이다.”
-스트레스는 비만과 어떤 관련이 있나?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감정 문제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반복 노출되면 대사 건강에도 영향이 간다. 요즘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기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유도하는 초가공식품이 당기기 쉽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반복될수록 더 많은 양,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보상적 식욕’에 의해 배고픔과 상관없이 먹게 되고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습관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장 건강이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수용성 식이섬유와 견과류를 챙겨 먹으면 좋다. 귀리와 보리, 사과, 블루베리, 키위, 해조류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설탕이나 정제 탄수화물, 초가공식품은 장내 환경을 악화하고 만성 염증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평소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느냐에 따라 장내 생태계가 달라지고, 이는 결국 대사 건강과 면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인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일이나 육아 등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 생활로 점심과 저녁 식단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상 후 가장 처음 먹는 식사라도 단백질과 식이섬유, 건강한 지방을 포함한 식단으로 바꾸는 식이다. 첫 식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 식사의 혈당 반응까지 달라지는 ‘2차 식이 효과’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하다면 수면부터, 활동량이 적다면 식후 걷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이어가면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건강 수명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
-미디어를 통해 건강 정보를 알리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계기가 있다면?
“거창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논문을 읽다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메모해 뒀다가 공유하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서는 대단한 결심이나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식후 15분 걷기나 아침 첫 식사 바꾸기 같은 작은 습관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이런 변화가 쌓이면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을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건강 수명’에 관심이 많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고 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 수명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치매, 암과 같은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도 함께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을 키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비만과 내장지방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화를를 촉진하고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 평소 미디어나 책을 통해 건강 정보를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식후 15분 걷기나 아침 첫 식사 바꾸기 같은 행동을 실천하면 대사 건강이 좋아질 것이고 사회 전체의 질병 부담과 의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 건강 수명을 늘리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몸이 덜 상하도록 아끼고 관리해야 길어진 삶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 첫 식사는 혈당 변동이 작은 음식으로 시작하고 식후에 조금 걸으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잠을 잘 주무셨으면 한다. 여러분의 작은 실천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