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처음으로 ‘남성암 발생률 1위’
조기검진 체계 구축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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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정병창 회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제공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국내 남성 사이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발생률 1위로 올라섰다. 이에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활용한 국가 차원의 전립선암 조기 검진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정병창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암은 이미 국내 남성암 발생 1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보건의료 과제가 됐지만 국가 차원의 조기 검진 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고 말했다.
◇10년 새 전립선암 환자 2.6배 급증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2026 전립선암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3928명으로 2014년(1만1095명)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 암 발생의 15.0%를 차지하며 폐암(14.5%)과 위암(12.8%)을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2006년 21.1명에서 2023년 30.2명으로 약 43% 증가했다. 이는 국내 전립선암 증가가 단순히 고령화 현상의 영향 때문만이 아니라 질환 부담 자체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는 50대 이후부터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60대, 70대, 80대 이상 고령층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팩트시트에서는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의료 접근성 격차도 드러났다. 2023년 소득수준별 전립선암 조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 고소득층인 20분위의 조발생률은 10만 명당 191.04명으로 중하위층인 7분위보다 약 7배 높았다. 발표를 맡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박용현 교수는 “고소득층일수록 전립선암 자체가 더 많이 발생한다기보다 정기 검진과 의료 이용 기회가 많아 진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1분위 역시 조발생률이 167.02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학회는 흡연·음주·대사질환 등 전립선암 위험 요인 보유율이 높은 데다 사회안전망 차원의 검진 기회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치료 단계에서도 경제적·지역적 편차가 확인됐다. 로봇 수술은 비급여 항목인 탓에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술 비율이 높았고,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았다. 지역별로도 전북·강원·충남·전남·광주 등 일부 지역은 개복 수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사증후군 및 생활 습관이 전립선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됐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가진 남성에서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으며, 복부비만과 운동 부족 역시 전립선암 발생 증가와 관련성을 보였다. 특히 30년 이상 장기 흡연자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초기 흡연자 대비 5.3배 높았다. 박용현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질환”이라며 “환자 수 증가뿐 아니라 질병 부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SA 검사 기반 조기 검진 체계 필요
이어 발표를 맡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이승환 교수는 ‘전립선암 조기 검진 체계 구축과 PSA 검사의 역할’을 주제로 전립선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PSA 검사의 임상적 가치를 소개했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전립선비대증과 증상이 비슷해 상당수 환자가 암이 진행된 뒤 진단된다. 암세포가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 단계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높지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진단 시 이미 고위험도 상태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환 교수는 “전립선암은 흔히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의 예후 차이가 매우 크다”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과 삶의 질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증상 단계에서의 정기적인 검진은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PSA 검사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뤄져 신체적·비용적 부담이 적고 검진 편의성이 높아 학계에서는 50대 이상 남성에게 정기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PSA 기반 선별검진은 전이성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전립선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전립선암 검진은 국가 암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수검자 개인의 선택과 비용 부담에 따른 임의검진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남성들이 검사 필요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학회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PSA 검사를 알고 있는 국민은 약 10% 수준에 불과했으며, 전립선암 위험이 커지는 60대 이상에서도 인지도는 25% 수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잉 진단 및 과잉 치료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승환 교수는 “초저위험도 암은 수술 없이 적극적 추적관찰만 진행하는 가이드라인이 정착돼 있어 과잉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조기에 발견해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치료 비용 분석에서도 조기 검진의 효과가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데이터를 활용해 전립선암 환자 16만6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PSA 검사를 받지 않고 뒤늦게 진단받은 환자군은 검사를 받은 환자군보다 초기 수술 및 호르몬 치료 비용이 더 높았다. 암이 진행돼 2차 치료 단계로 넘어간 뒤에도 치료비 차이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병창 회장 역시 “진단이 늦어져 전이성·진행성 암으로 가는 순간 고가의 약물과 표적치료, 핵의학 치료 등이 필요해져 비용이 폭증한다”며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PSA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