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피해구제 67%가 “주치의 진단 불인정”
평균 거절 보험금 1618만 원
공정성 논란 속 금감원·의협 시범사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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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A씨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은 뒤 경동맥 폐쇄 및 협착 진단을 받고 뇌졸중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유의미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료자문 시행에 동의할 때까지 보험금 심사를 중단했다.
B씨 역시 유방암 진단 후 항암치료를 위한 케모포트 삽입술을 받고 암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결과 해당 시술이 약관상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매년 1000건 안팎에 달하는 가운데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 상당수가 보험사 '의료자문'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공정한 보험금 심사를 위한 절차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주치의 판단보다 보험사가 의뢰한 자문의 의견이 우선시된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보험금 거절 사유 1위, 주치의 진단 불인정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전문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다. 암 진단 인정 여부나 후유장해 평가, 입원 필요성 등은 보험사 직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의 자문을 거쳐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검토한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핵심 근거로 활용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금 지급 거절 피해구제 신청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930건이었다. 이 중 798건(85.8%)은 보험금 지급 거절과 관련된 분쟁이었다.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는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 538건(67.4%)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377건(70.1%)은 의료자문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의료자문을 요구받은 사례는 의료기관 규모와도 무관했다.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소속 주치의 사례가 145건(38.5%)으로 가장 많았고 병원급 118건(31.3%), 의원급 114건(30.2%) 순이었다. 의료자문 관련 분쟁에서 지급이 거절된 보험금은 평균 1618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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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ChatGPT 생성
◇공정성 논란 속 독립 기구 마련 움직임
보험업계는 의료자문이 객관적인 보험금 심사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선량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부정 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의학적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 만큼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2021년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개선책을 시행했으나 제도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보험사 의료자문 77%가 보험사 자체 자문의 풀에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보험사들이 자문의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고객이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절차 자체를 무기한 중단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문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달부터 보험금 관련 제3 의료자문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료자문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시범사업은 보험사 또는 소비자가 의협에 자문을 의뢰하면 의협이 관련 학회와 협의해 독립적으로 자문의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은 약 6개월간 진행되며 이후 운영 결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봉근 이사는 "의협이 관련 학회와 협력해 자문의를 배정하는 만큼 의료자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