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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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 그림
정신과 의사이자 실존주의 심리치료의 대표 학자인 어빈 얄롬(Irvin Yalom)은 집단치료의 중요한 치료 요인 중 하나로 ‘이타주의’를 이야기했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어려운 중에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환자들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런 순간을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치료받기만 하던 분들이 어느 순간 서로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항암 치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주기도 하면서요. “아프니까 이제야 보이는 게 생긴다”며 서로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도움이 되려는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아주 귀한 작은 연결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들입니다.

한 환자는 오랜 시간 해외에서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누군가를 돕는 그 시간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치료받는 환자 이전에 여전히 가르칠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이 응원 장비를 가득 들고 모여드는 야구장을 떠올려봅니다. 그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며 응원가를 부릅니다. 경기장의 하늘이 어둑하게 물들기 시작하면 모두가 같이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Bravo, my life!”를 부릅니다. 저는 이런 순간에 우리의 응원이 팀의 승리를 위한 응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함성은 자기 자신을 향한 외침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 지고 있어도 괜찮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힘내자”라고 외치며 자신의 삶 또한 응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루르드 성지에는 정말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합니다. 휠체어를 밀며 온 가족, 목발을 짚은 노인, 저마다 다른 언어로 기도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순례자들은 바위에 가만히 손끝을 대며 서로를 향한 무언의 기도를 보냅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처한 고통에 대해 집중해 기도하지만, 그곳에서는 결국 타인을 향한 기도도 함께 나온다고 합니다. 자신이 가장 약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약자들의 고통을 온전히 품을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지만, 그곳에는 오히려 깊은 희망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향한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희망의 말이 아니라 작은 응원 한마디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듯, 오늘은 잠시 나 자신을 위해 응원 구호 혹은 응원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나를 위한 응원가 만들기>
지금의 나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응원의 말을 적어봅니다.
그 문장을 종이 가운데 크게 써보세요(종이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휴대전화에 글씨를 적어 넣으셔도 좋습니다).
매우 작은 활동이지만 이 작업은 외부로 향해 있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신을 스스로 격려합니다.
“오늘도 잘 버텼어.”
이 한마디가 당신만의 오늘을 끝까지 달리게 하는 응원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응원단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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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드림(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