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장 정결제 복용 중 고위험 증상과 복용 중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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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장내시경은 대장암과 용종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검사다. 하지만 검사만큼 중요한 것이 장을 깨끗이 비우는 '장 정결' 과정이다. 장이 충분히 비워지지 않으면 작은 용종이나 초기 암이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에 가려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재검사가 필요해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장 정결제는 물약이나 알약 형태로 복용하며, 장 안의 내용물을 배출하기 위해 충분한 물을 함께 마셔야 한다. 다만 복용 과정에서 오심, 구토, 복부팽만,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는 흡인성 폐렴이나 장폐색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장 정결제를 복용하던 70대 환자가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대장내시경 시술 후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사망한 7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70대 여성 A씨는 다른 병원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인 B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전 장 정결제를 복용하는 과정에서 오한과 발열이 나타났고, 복부가 심하게 팽창해 약을 먹기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병동 보행을 권하며 복용을 이어갔다.

다음 날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뒤 A씨는 복통과 함께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고열이 나타났다. 이후 장이 막히는 장폐색과 몸속 산성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대사성 산증이 확인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와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혈액투석 치료, 몸 밖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체외막산소공급(ECMO) 치료 등을 받았지만 결국 심정지가 발생해 숨졌다.

◇유족 "의료과실" vs 병원 "응급 대처 문제없었다"
유족은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이 발생했고, 이후 처치와 수술 시기 선택, 수술 후 관리에도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은 응급수술과 중환자실 치료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장 정결제 부작용에 대한 초기 판단과 응급수술 과정에서 흡인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의료 중재원 "장폐색 의심됐다면 추가 검사했어야"
의료 중재원은 장 정결제 4L를 처방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사 당일 A씨가 장 정결제를 복용한 뒤 오한과 발열이 나타났고, 복부팽만으로 약을 더 이상 먹기 어려워한 점을 고려하면 장이 막히는 장폐색 가능성을 의심해 추가 검사를 해야 했다고 봤다.
또 대장내시경에서 대장암으로 장이 거의 막혀 있고 장도 충분히 비워지지 않은 상태가 확인됐다면, 조직검사와 용종 제거를 마친 뒤 검사를 계속하기보다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판단했다.

의료 중재원은 내시경 전후 발열의 원인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응급수술 전 흡인성 폐렴이 악화될 위험성과 관련 내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장이 막혀 장 정결제가 제대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구토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내용물이 기도로 들어간 데다 진정 상태에서 시행한 내시경 중 흡인 가능성이 더해져 흡인성 폐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망 원인은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으로 봤다.

결국 의료 중재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B병원이 A씨 유족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장 정결제 복용 시 고위험군과 주의해야 할 증상
장 정결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지만 드물게 오심, 구토, 복통, 복부팽만,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심장·간·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 연하곤란이 있는 사람,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복용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검사 전에는 현재 복용 중인 약과 만성질환 여부를 반드시 알려야 하며, 환자의 상태에 맞는 장 정결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 정결제 복용 중 대변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복부팽만과 복통이 심해지고 구토가 반복된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또 내시경 전 오한이나 고열이 발생하면 감염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장폐색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응급수술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흡인성 폐렴 예방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