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의심 증상으로 사망한 20대 교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mRNA 계열 백신과 혈전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다.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사망한 초등학교 체육교사 황모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질병관리청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지난 5일 확정됐다.

황씨는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돼 2021년 7월 28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접종 9일 뒤 소화불량과 구토, 오심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백신 접종에 따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을 의심해 상급병원으로 전원했다.

이후 황씨는 정맥 혈전증으로 인한 소장 허혈 치료를 위해 소장 절제술을 받았지만, 급성 간부전과 급성 신부전, 패혈성 쇼크 등이 잇따라 발생해 같은 해 9월 만 24세의 나이로 숨졌다.

유족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확인돼 TTS 진단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기저질환인 기무라병(만성 염증성 질환) 악화로 혈전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여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유족의 이의신청도 기각되면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상반된 의료 감정 의견이 제시됐다. 감염내과는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TTS는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관련돼 있으며 화이자 등 mRNA 백신과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혈액종양내과는 황씨가 백신 접종 후 5~30일 내 증상이 발생했고 혈전도 확인된 만큼, 백신 유발 면역성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진단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해 '추정 진단'이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감정기관의 감정의견 결론이 상반되더라도 황씨의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예방접종을 받은 지 불과 9일 후부터 이상 증상이 발생했고, 혈전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며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청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한 기무라병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혈소판 감소나 광범위한 정맥 혈전 형성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설령 기무라병 재활성화가 혈전증 발생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평소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질환이 예방접종 직후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예방접종이 이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mRNA 계열 백신의 경우에도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ITP) 또는 TTS 발병과 관련성이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있다"며 "연구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절대적으로 우선해 관련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황씨가 교사로서 정부 정책에 따라 우선 접종 대상자로 백신을 맞았다는 점도 판단에 함께 고려했다.

정부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대해서만 인과관계를 인정해 왔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과 혈전증 발생의 인과성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