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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페어-로턴의 요구 끝에 정밀 검사를 받은 루디는 양측 무안구증 진단을 받았다./사진=더 선
신생아는 보통 생후 수 시간 안에 눈을 뜨기 시작하며, 대부분 24~48시간 이내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드물게는 눈꺼풀 근육이 미성숙하거나 자궁 환경에 적응해 있어 생후 2주 정도까지 눈을 뜨는 모습을 보호자가 뚜렷하게 관찰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태어난 한 아기의 경우는 달랐다. 조산사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밀 검사 결과 두 눈이 형성되지 않은 초희귀 선천성 질환이 확인됐다.

◇두 눈 없이 태어난 아이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베스 페어-로턴은 지난해 1월 아들 루디를 출산했다. 출생 직후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기가 눈을 뜨지 않자 이상함을 느꼈다. 페어-로턴은 “조산사에게 여러 차례 진찰을 요청했지만 괜찮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아기가 며칠 동안 눈을 뜨지 않는 것은 정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미 첫째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던 페어-로턴은 설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추가 검사를 요구했고, 의료진이 루디의 눈꺼풀을 직접 열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후 다른 조산사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전문의가 차례로 진료한 끝에 루디는 양측 무안구증 진단을 받았다. 무안구증은 안구와 시신경이 형성되지 않은 채 태어나는 희귀 질환이다.

추가 유전자 검사에서는 ‘SOX2’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SOX2는 현재 무안구증과 소안구증의 주요 원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루디는 무안구증 외에도 중등도 청력 손실과 삼킴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으며, 안면 구조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안와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페어-로턴은 “삶이 병원 진료와 치료 일정의 연속이 됐다”며 “그럼에도 루디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어린이집에도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태아 시기 눈 형성 멈춰
무안구증은 한쪽 또는 양쪽 눈이 선천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태아 발달 초기 단계에서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중단되면서 발생한다. 영국 MRC 인간유전학연구소에 따르면 무안구증과 소안구증의 출생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3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임신 중 초음파 검사나 태아 MRI(자기공명영상), 기형아 검사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모든 사례가 산전 검사에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태아 발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SOX2 유전자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약물, 화학물질, 바이러스 노출 등 환경적 요인이 위험을 높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사례가 적어 관련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 의료 기술로는 무안구증 환자에게 새로운 눈을 만들어 시력을 회복시키는 치료는 불가능하다. 대신 안와의 정상적인 성장과 얼굴 비대칭 예방을 위해 보형물 삽입이나 의안 착용 치료를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는 외형적인 개선뿐 아니라 안면골의 성장 발달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