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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 초 40대 여성 환자가 팔꿈치 수술 도중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와 집도의가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심정지에 빠져 의식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이 최근 신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후 관련 체계 보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지만 환자 가족들은 뒤늦은 조치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소재 A병원은 최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신규 영입했다. 병원은 홈페이지 팝업과 원내 안내판 등을 통해 해당 의료진 영입 사실을 알리면서 ‘안전한 마취 진행 및 환자 상태 모니터링’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병원의 인력 보강은 올해 초 발생한 의료사고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앞서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말 해당 병원에서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뒤 심정지와 저산소성 뇌손상을 겪었다.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마취를 담당한 의사는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10여 분 만에 병원을 떠났다. 이후 집도의는 수술을 마친 뒤 수술실을 벗어났고 환자는 마취 상태로 남겨졌다. 환자가 깨어나지 않자 간호사가 마취의를 호출했고, 해독제 투여 등이 이뤄졌지만 결국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현재 환자 가족은 집도의와 마취의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마취과 의사의 프리랜서 활동은 의료현장에선 낯선 일이 아니다. 높은 보수를 요구하는 마취과 의사를 상근으로 고용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이 적지 않다 보니, 여러 의료기관을 오가며 근무하는 프리랜서 형태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근무를 두고 ‘메뚜기’라는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환자 가족 측은 병원이 사고 이후에야 신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영입한 점에 허탈감을 나타냈다. 사고 당시에도 유사한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환자 남편 B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병원이 신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영입해 안전한 마취를 강조하고 있는데 애초에 그런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병원에 여러 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었고 마취과 의사도 당연히 상주하는 것으로 알고 수술을 결정했다”며 “마취과 의사가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병원 안내와 설명을 믿고 수술을 결정했는데 아내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의료진도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에도 병원은 정상적으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집도의와 마취의는 각각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사고 직후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현재는 법률대리인을 통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은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같은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본지는 병원 측에 신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채용 배경과 사고 당시 마취 진료 체계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병원 관계자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