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이미지
24개의 다른 인격과 함께 살아가게 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뉴욕 포스트
어린 시절 겪은 성 학대의 기억으로 인해 24개의 다른 인격과 함께 살아가게 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외신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카메론 웨스트(71)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DID)를 앓고 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과거 ‘다중인격장애’로 불렸던 질환으로,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웨스트는 1990년대 초반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게 됐다. 당시 그의 아내 리키는 어린 아들의 방 옷장 안에 웅크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그는 네 살배기 소년 인격의 상태로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일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후 치료 과정에서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성 학대를 당했다는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내 마음은 어린 시절 감당할 수 없었던 일을 견디기 위해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며 “결국 할머니의 성 학대와 관련된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웨스트에게는 총 24개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각각의 인격은 나이와 성격, 역할이 달랐으며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감정을 나눠 갖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정신적 붕괴로 운영하던 사업을 중단해야 했으나, 심리학을 전공한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며 웨스트의 치료를 도왔다.

웨스트는 수년간 외상 전문 치료센터 입원 치료를 받으며 여러 인격 상태와 관련된 기억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1999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First Person Plural: My Life as a Multiple’을 출간했고, 이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30여 년이 흐른 현재 웨스트의 상태는 크게 호전됐다. 24개의 인격 대부분이 통합됐으며 일부 인격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해리성 장애의 하나로 대개 심각한 아동기 외상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반복적인 신체적·성적 학대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캐나다 매니토바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 102명을 조사한 결과, 90.2%가 성적 학대를, 82.4%가 신체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95.1%는 한 가지 이상의 아동기 학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동기 취약한 시기에 경험한 외상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평균 5~10개의 인격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인격은 나이와 성별, 성격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인격 간 전환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다른 인격 상태에서 발생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인격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한다.

치료는 주로 정신 치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이 활용되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동반된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최면요법이나 전기경련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최수연 기자